나라 곳간이 비는 것에 대한 세간의 우려도 반영됐다. '재정 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인 게 그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우선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아 보인다. 3%대로 예측하는 내년 성장률은 중국발 쇼크에 이은 세계 경제 침체와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 가능성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 때문에 달성 여부가 불분명하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잠재성장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세입기반이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뒀다는 점도 재정에는 걸림돌이다. 여당 일부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예산 증액 요구들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불황에 신음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갈수록 나빠질 게 뻔한 재정여건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느 틈엔가 시들해진 비과세 감면 항목 정비에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올해처럼 88개 일몰 대상 중 27개만 정비하는 데 그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당장 증세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연금 등 사회복지지출 구조를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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