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Global Problem and the Culture of Capitalism)'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 즉 인구증가·기아·빈곤·환경파괴·인종차별·종족갈등·질병확산·테러리즘·종교분쟁 등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해부한 책이다. 저자인 러처드 로빈슨 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세계체계론(world system)'의 입장에서 인류학적 관점으로 이런 전지구적 문제들을 분석했다. 결론은 제목에 나와 있다. 자본주의가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자본주의가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본다. 우선 경제성장 측면에서 그렇다. 지난 500여년 동안 상품의 생산과 교역, 그리고 소비가 더 나은 삶을 위한 궁극적 원천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생성되고 굳건해졌다. 유럽에서 시작된 이런 사상은 이제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을 넘어 전세계에서 확고한 토대를 마련했다. 여러모로 볼 때 이런 문화는 우리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이 이룩한 기술과 부, 영향력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문제점들이 자라났다. 저자가 말한,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 말이다. 이는 우리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더 많은 돈'과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파괴적인 욕구가 자본가와 노동자를 나누고 부자와 빈자를 구별하면서 전세계적인 재난을 초래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런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알아챘다고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과 상관이 없거나 앞으로 먼 훗날에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낮은 인식수준을 보인다고 봤다.
저자는 자본주의 문화가 이루어놓은 수많은 성과들을 허사로 돌릴지도 모르는 문제들은 그 '자본주의 문화'자체에 내재해 있는 본질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한시라도 빨리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책은 자본주의 문화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그 본질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결국 소비지상주의로 연결되는 우리의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금융체계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금융권력이 전세계의 정치를 좌우하게 해서는 안된다. 부채와 이자상환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이 책은 지난 1998년 초판이 출간된 후 지난해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계속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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