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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명사가 보통명사처럼 굳어진 사례가 더러 있다. 경기도 파주의 서원밸리 골프장이 12회째 개최하는 '그린 콘서트'가 그중 하나다.
골프 극성수기인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영업을 포기하고 코스를 개방하는 그린 콘서트는 대표적인 골프장 문화행사를 넘어 파주 지역경제에 활력까지 주는 시민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자선과 문화가 있는 이 행사는 오는 31일 오후2시 막을 올린다. 처음 시작된 2000년 1,500여명이 다녀간 이래 지난해 3만8,000명이 몰려들었을 만큼 대형 이벤트로 발전했다. 올해로 꼭 15년째를 맞는다.
서원밸리 골프장은 이날 하루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감성충전소가 된다. 벙커에서 씨름대회가 열리고 장타·어프로치·퍼팅 대회도 진행된다. 어린이들은 골프장 풍경을 그리는 사생대회에서 솜씨를 뽐내고 넓디넓은 잔디와 에어쿠션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밸리코스 1번홀에서 본격적인 콘서트가 열린다. 주요 출연진은 틴탑, 걸스데이, 에이핑크, 빅스, 비투비, 휘성, 박재범, 구창모, DJ DOC, 바비 킴, 정동하, 홍진영, 박학기 등으로 여느 K팝 콘서트가 부럽지 않다. 개그우먼 박미선씨가 진행을 맡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출연료 합계만도 5억원이 훨씬 넘는다. 하지만 자선과 시민축제라는 취지에 따라 전원이 출연료 없이 재능기부에 나선다.
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는 물론 한류의 인기를 타고 해외 관람객까지 찾아오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 북서부 조용한 도시 파주의 지역경제도 반짝 특수를 맞는다. 주변 숙박시설은 1~2주 전 예약이 끝나고 식당과 치킨·피자집·중국집은 배달 주문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다. 파주상공회의소와 파주 광탄읍발전협의회도 관심을 보이며 후원에 참가했다.
규모가 커졌어도 무료입장과 나눔의 전통은 변하지 않는다. 입장객들은 무료로 가족 나들이를 즐기고 푸짐한 경품의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부설 퍼블릭 코스 9개 홀 천연잔디 페어웨이에 주차가 가능하고 광탄읍에서 골프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다. 지난해까지 골프장 회원과 기업 협찬, 자선 바자회 수익금 등 누적액 3억원가량의 기부금이 파주보육원과 사랑의휠체어보내기운동본부 등에 기부됐다. 엄청난 규모의 보이지 않는 기부는 골프장의 몫이다. 서원밸리는 토요일 하루 영업을 쉬면서 5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감수한다. 모기업인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의 관심과 회원들의 자부심이 골프장 문턱을 낮추고 골프문화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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