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그 동안의 정치, 경제 등 다방면의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국면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다툼, 한미 서해 훈련 등 군사 안보 이슈부터 위안화 환율 문제 이르기까지 첨예한 대립 각을 세워오던 양국이 최근 들어 발 빠른 고위급 인사 교차 방문을 통해 접점 찾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로런스 서머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일행이 답방 형식으로 방중, 왕치산(王岐山)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핵심 경제참모인 서머스 위원장의 방중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에 대해 모종의 타협점을 찾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보 갈등으로 지난 9월 무산됐던 미중 정상회담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양국은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8월 중 94년 이후 최대 하락했던 위안화는 이날 강세를 보였다. 베이징 소재 정법대학의 문일현 교수는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남중국해 패권 개입 등 군사 압박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미 국방장관의 방중을 거절하는 등 대립 국면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양국이 더 이상의 긴장은 전략적으로 양국 관계에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측의 방중단에는 서머스 위원장과 토머스 도닐런 미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 안보 인사들도 대거 참여해 경제ㆍ안보, 군사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방중단 면면을 보면 한해 두 차례 열리는 장관급 '전략경제대회'의 축소판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침체 문제가 최대 정치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방중을 통해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미국 의회와 업계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 조작을 통해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이는 미국의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경제적 논리를 떠나 정치적 차원에서 뭔가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하기 직전에 중국이 위안화 고정환율제를 폐기하고 복수통화 바스켓으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이번 방중에서도 양국간의 모종의 협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서머스 위원장 방중 이틀째인 6일 위안화의 대 달러화 가치는 한때 0.24% 상승한 6.7877위안을 보이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6월 후주석 방중을 앞두고도 위안화 가치가 일련의 상승 흐름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미중 무역적자 문제는 위안화 조작 때문이 아니라며 위안화 환율과 관련 미국과 계속해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부의 정치적 문제 등을 고려해 협상과정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와 업계가 중국의 환율조작이 수출보조금 지급에 해당한다며 미 정부에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지난달 31일 미 행정부가 공식조사에 나설만한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선을 그은 것도 중국 정부와 모종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국은 또 지난 수개월 동안 지속된 군사안보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미 서해군사훈련에 이어 지난 수십 년간 공들여왔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갑작스런 미국의 패권 개입, 핵 항공모함을 동원한 미-베트남 군사훈련 등 계속되는 미국의 군사압박과 중국의 맞대응 군사훈련 등 갈등 국면이 지속되자 더 이상의 대치국면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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