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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벤치마킹서 벤치메이킹으로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송현칼럼] 벤치마킹서 벤치메이킹으로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요즈음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기업 경영과 국가 운영에 이르기까지 회자되고 있는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혁신(innovation)이다. 혁신이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경제발전론의 중심개념으로 생산기술의 변화는 물론 신시장이나 신제품 개발, 생산조직 개선 또는 신제도 도입을 통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나 좁은 의미로는 기술혁신을 가리킨다. 혁신(革新)이란 한자어는 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습을 뜻한다고 하니 가죽을 한 꺼풀 벗긴 새로운 모습을 뜻하는 게 혁신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의미인 것이다. 참여정부의 혁신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대통령도 혁신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보고를 받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국가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도 과학기술중심사회 건설을 국가 중심의제로 설정하고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국가발전을 위해 국가기술혁신체계(NIS) 구축을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과학기술부가 부총리급 부서로 격상되고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혁신 마인드를 가진 최고경영자(CEO)ㆍ최고기술경영자(CTO)ㆍ교수ㆍ연구자ㆍ공무원들이 주체가 돼 상호학습을 통해 창조적 네트워크를 창출해내는 것이 혁신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창조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작업이 바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출범을 비롯해 과학기술 기획과 종합조정 기능 강화인 것이다. 국가과학기술 발전과 연구개발사업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우리의 최근 노력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혁신이라는 용어와 형제처럼 붙어 다니는 것이 ‘벤치마킹(bench-marking)’이다. 마킹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떤 표시를 의미하므로 원래 벤치마킹이란 기준이 되는 목표지점을 뜻하는 측정용어다. 지금은 발전이나 혁신을 추구할 때 앞서나가는 사람이나 조직을 모델로 해 변화를 꾀하는 체계적인 모방을 의미한다. 국가나 기업이 혁신을 추구할 때 대부분 벤치마킹을 통해 후발자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고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의 과학기술도 많은 분야에서 벤치마킹 기법을 적용해 성과를 거뒀다. 우리는 유례없이 짧은 시간에 대부분의 선진 과학기술을 추격했고 이제 일부 분야에서는 선두의 위치에 있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 수준은 벤치마킹의 단계를 넘어서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내고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벤치마킹으로부터 ‘벤치메이킹(bench-making)’으로 옮겨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방에서 창조로의 대혁신! 벤치마킹에서 벤치메이킹으로! ‘r’이라는 글자 하나만 빼는 간단한 변화와는 비길 수 없는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벤치마킹은 후발자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벤치메이킹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해서 나가야 하는 것이며 목표 또한 바로 앞에 있을지, 생각보다 멀리 있을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우리 과학기술은 바로 긴 마라톤 레이스에서 중위권을 벗어나 선두권에 진입하는 단계로 비유할 수 있다. 벤치메이킹은 벤치마킹보다 한 발짝을 떼는 데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중위권에서의 추격 레이스보다 몇 배 더 힘든 선두지키기 레이스처럼 벤치메이킹이 힘들고 험난한 길일지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언제까지나 벤치마킹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우리도 껨湧?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유례없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그야말로 벤치메이킹의 표본이 돼야 할 시스템이다. ‘국가기술혁신체계’ ‘과학기술혁신본부’와 새롭게 변신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모두 그 이름에 걸맞게 한 꺼풀 벗겨낸 새로운 모습으로 과학기술중심사회를 구현하는 데 주역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과학기술이 외국으로부터 과학기술혁신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신의 ‘고향’ 중에서) ?澍?57) 원장이 송현칼럼 필진으로 새로 참여했다. 유 원장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과학기술부 기술개발국장, 국립중앙과학관장, 기획관리실장, 차관 등을 거쳐 현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을 맡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9-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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