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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브로커가 웃겠다

사단장 등 군 고위인사가 특정 부대를 순시하면 장병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빛이 번쩍번쩍 나도록 내무반 바닥을 훔쳐야 하고 광택이 비치도록 군화를 닦는 등 손발이 안 보이도록 움직인다. 검열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른바 일회성이자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요즘 검찰이 잇달아 내놓는 법조 비리 대책이나 검사 윤리강령 개선책을 보면 이 같은 군대 검열이 생각난다. 법조 브로커 비리나 강압수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으레 개선대책이 나오지만 그 실효성이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제이유 거짓진술 강요 의혹 사건이 터지자 1일 발표된 ‘검사 윤리강령 개선책’도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 예가 ‘검사는 브로커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ㆍ향응을 제공받지 못하고 이들과의 교류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문구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누가 브로커이고 누가 브로커가 아닌지를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 지난해 법조 브로커로 불리며 법조계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홍수’씨가 원래부터 ‘브로커’였을까. 답은 ‘아니올시다’다. 김씨는 고급 가구를 수입하며 법원이나 검찰 고위간부는 물론 정치권 인사들과도 친분을 가져온 기업가로 서초동 주변에 기생하는 일반 브로커와는 ‘격’이 달랐다. 특정 사건이 불거지고 피의자가 되면서 언론에 ‘브로커’로 불리게 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월에도 윤상림건에 이어 김홍수 사건까지 연달아 터지자 법조 비리 대책을 내놓으며 ‘법조 브로커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법조 브로커 명단에 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검사 등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검사 윤리강령 위반 등으로 징계하겠다는 게 당시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법조 브로커, 저 사람은 인맥이 두터운 건실한 사업가 하는 식으로 분류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브로커 명단에 빠진 사람은 더욱 안심하고 활개치고 다니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검찰은 사건이 터지고 나면 허겁지겁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민원인 상담이나 개별건에서 사건 관계자가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검찰의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검찰이 수사 선진화를 위해 플리 바게닝(유죄협상제도), 사법방해죄(수사시 피의자의 거짓말을 처벌하는 제도)를 외치는데도 국민이 외면하고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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