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010년도 예산과 관련, 친필로 작성해 보낸 편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장관으로 불리는 유 장관이 윤 장관에게 자신을 극도로 낮추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지난 7일 미국 출장을 앞두고 윤 장관에게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한지에 붓글씨 펜으로 장문의 편지를 썼다. 유 장관은 '존경하는 윤증현 장관님께…'로 서두를 시작하며 윤 장관을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유연하면서도 강력하게,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런 (윤 장관님의) 장점이 뒷걸음질치던 실질 총소득을 회복시키고 신용등급 상향은 물론 우리나라를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전환시켰다"며 "장관님 부임 이후 나타난 많은 변화와 함께 내년도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와 희망이 이대로 지속돼 꼭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극찬이 끝난 후 유 장관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내년도 문화부 예산이 재정부 직원들의 높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금년도 예산 수준으로 반영됐다"면서 "하지만 내년도 문화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국정과제와 예술진흥 등 핵심 사업의 차질 없는 수행에는 다소 부족한 실정이오니 동봉한 사업들이 내년도 예산에 꼭 반영될 수 있도록 장관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썼다. 유 장관의 편지가 발송된 후 재정부는 문화부에서 신청한 국립현대무용단 신설예산 18억원, 국립극단 법인화 비용 50억원 등 끝까지 반대했던 예산을 배정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유 장관의 간곡한 편지를 받은 윤 장관의 "문화부에서 요청한 예산안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유 장관의 편지는 8월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이 국방예산을 놓고 장수만 차관과 갈등을 빚은 것과 대조를 이뤄 더욱 눈길을 끈다. 유 장관은 말미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돈키호테)'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편지를 마쳤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문화부는 2010년도 예산으로 지난해 대비 6.8% 증액된 3조423억원을 확보해 타 부처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