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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책선거 어디갔어


이번에는 불법사찰이다. 4ㆍ11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야의 각당이 벌이는 '진실게임'의 주제다.

총선을 불과 아흐레 앞두고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총선에서 유권자는 후보자 개인을 평가하지만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해서도 심판한다. 당연히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불법사찰 파문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불법사찰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8대 초반부터 불법사찰 피해자로 오르내렸던 몇몇 새누리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궁금한 점은 전ㆍ현 정부가 정말 불법사찰을 했는지 특히 민간인을 미행하고 도청했는지 여부다. 그러나 정작 여당에서 이를 찾아내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피해자라서 죄송하다'는 일부 후보의 행동은 동정표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선거전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사찰 자료가 노무현 정부에 일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당시에는 '경찰이 했기 때문에 국무총리실이 한 이명박 정부와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청와대가 명령해 국무총리실이 했든 경찰이 정보수집을 위해 했든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면 그 사건은 명백히 불법이고 사실 관계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도 이번 파문의 진원지가 된 사찰자료의 80%가 노무현 정부 당시에 이뤄졌다면 그에 대한 성격도 밝혔어야 했다.

불법사찰 공방이 커지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있다. 사회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 무상복지에 대한 논쟁도 어느 틈에 사라졌다. 그렇다고 여야가 괜찮은 정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한 보육교사는 "여야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했지만 보육시설에서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들을 본적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처럼 유권자에게 하는 약속을 내실화하기보다 불법사찰 논란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키워 '바람'을 일으키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매번 선거 때마다 봐왔듯이 불법사찰 의혹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그야말로 헛된 공약만 남는 총선 이후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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