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정치권의 면피 작태이다. 무상보육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애초에 누구 때문인가. 지난해 1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고 새누리당이 이에 합세함으로써 여야 정치권이 합작해 전면무상보육이라는 포퓰리즘 폭탄 제조에 나섰다. 당초 소극적이던 새누리당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선에서의 패배 때문이다. 무상보육은 애초부터 총선을 앞둔 득표전략이었던 것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 안에 없던 0~2세 전면무상보육까지 끼워 넣었다. 보육지원 수요가 폭증할 것을 반영하지도 않은 채 주먹구구로 예산을 정했다. 결국 무상보육 시행 몇 개월도 안 돼 예산부족 사태가 일어나 중단하니 마니 하는 지금의 혼란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표밭을 고려해 무리한 정책을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밀어붙였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전면무상보육의 혼란이 일어난 책임은 국회에 있다. 그래 놓고서는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면서 무조건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게 집권 새누리당이다. 민주당 역시 공동책임이 있음에도 "(무상보육) 도입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나서고 있다. 적반하장인 정치권이다.
물론 정부도 할말이 있을 수 없다. 뻔히 재원 문제가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소신 한번 제대로 펼치지 않다가 지자체들이 들고 일어나서야 "우리 탓이 아니요"라고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마저도 차기 권력을 담보로 목청을 높이는 여당의 위세에 다시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대선이 다가온다. 무상보육처럼 정치권, 특히 여당이 일단 질러놓고 사후 책임은 정부에 미루는 행태가 거듭될까 걱정이다. 물러나는 정부의 무기력함이 하루가 다르게 확연해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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