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공급증가로 원유 가격이 급락하는 와중에도 산유량을 줄이지 않는 전략을 써 결국 시장 쟁탈전에서 고비용 셰일오일 업계를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산유량 동결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미국 셰일오일, 심해유전 등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석유사업에서 등을 돌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사우디는 다음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도 생산량 동결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OPEC 내 최대 산유국이자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는 지난달에도 1,0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사상 최대 산유량을 기록했다.
이날 IEA가 내놓은 보고서도 사우디의 전략이 통했음을 뒷받침했다. IEA는 "저유가로 유정 수가 60%나 줄어드는 등 미국 셰일오일 생산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8만배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EA는 원유시장 쟁탈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이란·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OPEC이 이겼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싸움은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또 역외 산유국들이 생산비용 감축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사우디 등 OPEC 국가도 모두 석유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메르츠방크의 유진 베인베르크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면서 셰일오일 생산의 채산성도 회복될 것"이라며 "1차 싸움에서는 OPEC이 승리했지만 2차 승리는 셰일오일 업계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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