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을 성공으로 이끈 '배후의 실력자'는 따로 있다. 모디 총리의 한발 뒤에서 인도 예산을 조정하고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아룬 자이틀리 재무장관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인도의 성공 스토리를 이룬 '진짜' 주인공으로 모디 총리의 오른팔인 자이틀리 장관을 꼽고 있다.
'판'을 흔드는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 지도자들 뒤에서 사실상 정책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경제 책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적극적인 시장개방으로 인도 경제를 단숨에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모디노믹스의 실력자 자이틀리 장관을 비롯해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성장에서 내실 위주로 바꿔놓겠다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의 설계자 류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서기, 초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 경기와 함께 살아나기 시작한 '아베노믹스'를 디자인한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등이다. 그리스 재정난을 둘러싸고 유럽의 매파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뒤에는 휠체어에 탄 2인자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있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신창타이 개념을 도입해 중국 경제정책의 판을 바꾼 것은 류 부서기다. 시 주석의 중학교 동창으로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류 부서기는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장중심 정책을 주장해온 실용주의 노선의 대표적 인물로 시 주석의 중속 경제성장 정책과 토지개혁, 호적제 개선, 자본통제 완화 등의 개혁은 류 부서기가 추진해온 것들이다. 앞서 2013년 5월 시 주석이 토머스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류허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류허는 내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일본 경제의 숙원을 풀기 위해 전면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일명 아베노믹스 뒤에는 경제 브레인으로 알려진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파 학자 하마다가 있다. 일본은행을 통한 대규모 돈 풀기와 당초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2차 소비세율 인상시기를 1년 반 늦추기로 한 아베의 경제정책은 하마다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경제자문인 하마다 교수가 아베 총리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최근 지속되는 저유가가 일본은행의 2% 물가목표 달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 방미일정 중에도 하마다 교수와 회동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유럽에서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극복의 실질적 주역이었던 쇼이블레 장관이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독일과 그리스 간의 팽팽한 기싸움에서 메르켈 총리의 뒤를 받치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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