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아베노믹스발 양적완화에 중독됐다.'(니혼게이자이신문)
투자자들이 아베 신조 정권의 성장전략보다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아베노믹스도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오전 한때 95.93엔까지 상승하며 이틀 연속 장중 95엔선에 진입했다. BOJ가 채권 안정화 대책 등 금융완화 확대를 보류하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 매수에 나서며 '엔고'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BOJ 발표 직후 선진국 국채가격이 줄줄이 떨어지고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가시화하는 등 글로벌 증시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나온 BOJ의 양적완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뜻"이라며 "투자자들이 성장전략은 외면하고 완화 확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베 정권의 성장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외면하는 반면 양적완화가 주는 '단맛'에만 길들여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 5일 아베 총리가 '세 번째 화살'에 해당하는 성장전략을 발표했지만 다음날 일본 증시는 1만2,000선으로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적완화 중독에 빠진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ㆍ일본ㆍ유럽이 동시에 안정적인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번 급등락은 'BOJ발 무위(無爲ㆍinaction)'가 빚어낸 파장"이라고 보도했다. BOJ는 한때 급등락을 거듭했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0.8% 내외로 안정화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양적완화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구조개혁이 아닌 금융거품으로 이뤄진 만큼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할수록 아베 정권의 정책수단도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가 아직 출구전략을 실시할 정도로 회복되지 못한 만큼 양국의 경제차이가 입증될수록 '중독이 주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깊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 및 엔화로 향하며 엔화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대로 미국(2%)과 일본(0.8%)의 장기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지며 달러 강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며 향후 정세를 가늠하기 힘든 형국이라고 경고했다. 거기에 지금까지 일본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주가 하락 및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19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합과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시점까지 현 추이가 이어질 수 있다"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수록 국제금융시장 전반에서 자산가 및 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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