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자금이 시중은행권에서만 맴돌 뿐 기업 등 실물경제로는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ECB의 저금리 자금공급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물경제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7일(현지시간) ECB의 지난 1월 유로존 비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12월 대출 증가율(1.1%)보다 둔화된 것이다.
NYT는 "장기저리대출 프로그램(LTRO)으로 자금압박의 숨통을 튼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늘려 유로존 경제 회복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ECB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대출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는지, 대출이 효과를 내는지, 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유로존 은행들이 경영상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LTRO를 통해 대출받은 돈으로 부실자산에 투자하면서 자금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베를린 소재 경영·기술 유러피언스쿨의 요르그 로콜 회장은 "이미 부실해진 은행들은 대출 결정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활을 위한 도박'을 벌인다"며 위험자산 투자 가능성을 우려했다.
ECB가 29일(현지시간) 공급할 예정인 2차 LTRO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ING뱅크의 카슨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1차 LTRO가 국채 등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2차 LTRO를 실시하더라도 여전히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누아 퀘레 ECB 통화정책위원은 "ECB의 기금에 중독되면 위험하다"며 "은행들은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ECB의 잇단 장기대출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WSJ는 ECB가 최대 7,500억유로를 풀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1차 때와 달리 혜택은 중소규모 은행에 집중될 것"이라며 "재정위기가 심각한 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키프로스ㆍ오스트리아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7개국의 은행에만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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