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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로 청정에너지 수소 생산 길 찾았다

국내 연구진 담수상태 녹조류서 수소 만들어내는 효소 발견

전극재료·에탄올 생산 가능한 박테리아·미세조류도 눈길

김동완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가 슈퍼커패시터 측정 장비가 설치돼 있는 실험실에서 각종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김 교수 옆에 놓인 모니터에는 박테리아 관련 연구 요약 화면이 띄워져 있다. /사진제공=아주대


거대한 해파리같이 생긴 외계 생명체가 닥치는 대로 지구를 파괴하고 인간을 죽인다. 육·해·공군은 외계 생명체를 향해 무수히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미사일은 보호막에 가로막혀 외계 생명체에 닿지조차 못한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거의 다 멸망시켜갈 무렵 미사일도 뚫지 못했던 보호막을 통과해 새들이 홀연히 외계 생명체에 접근한다. 철옹성 같던 보호막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강력한 무기도 구하지 못했던 지구를 미생물이 구한 셈이다. 영화 '우주전쟁'의 한 장면이다.

우선 미생물과 세균의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미생물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체다. 이 생물체는 생존력이 강해 아주 작은 양의 습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생물의 한 종류인 세균(박테리아)은 하나의 세포로 구성되며 콜레라균 등 세균 가운데 일부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생물은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은 '미생물이 곧 세균이고 세균 때문에 병이 생긴다'는 그릇된 논리의 흐름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적지 않은 일반인에게 그저 무익한 존재로 치부됐던 미생물이 과학계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손꼽히는 수소를 생산하는 미생물과 전극재료로 활용될 수 있는 박테리아 등을 잇따라 발견한 것이다. 미생물의 한 종류인 미세조류를 활용하면 에탄올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병훈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황재훈 박사 등은 최근 우리나라 담수와 같은 고농도 유산소 환경에서 활성을 띠는 수소화효소를 가진 녹조류를 찾아냈다. 수소화효소는 미생물의 광합성 작용시 발생되는 프로톤을 합성해 수소를 생산하는 효소다.

지금까지 수소생산 미생물은 대부분 산소 농도 2% 이하인 환경에서만 수소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미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산소를 뿜어낸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말뿐인 수소생산 미생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국내 호수나 늪 등 내륙에 고인 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광합성 녹조류에서 대기조건(21%의 산소 농도)과 비슷한 고농도의 산소환경에서도 활성을 띠는 수소화효소를 규명했다. 이 녹조류가 만드는 수소량의 변화와 수소화효소의 활성 변화를 정밀 관측한 결과 녹조류가 성장하면서 광합성 등을 통해 만드는 산소농도를 21% 이하로 제어하면 극소량이지만 4일간 지속적으로 수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미세조류는 국내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종이기 때문에 응용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미세조류에서 차세대 연료인 수소를 직접 얻는 기술의 개발과 산소에 내성이 있는 수소화효소의 발견은 수소생산 응용과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커패시터 전극 재료로 쓰일 수 있는 나노분말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도 주목할 만하다. 슈퍼커패시터는 리튬이차전지에 비해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급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출력밀도가 높아 보조 배터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다.

김동완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가 주도하는 연구팀은 대량으로 얻을 수 있고 유전자 조작이 쉬운 박테리아(미구균·Micrococcus) 표면에서 슈퍼커패시터 전극에 활용될 수 있는 그램(g) 수준의 코발트 산화물 나노분말을 합성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코발트 산화물은 기존의 활성탄 전극보다 높은 축전용량을 지녔기 때문에 전극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합성된 코발트 산화물 분말은 슈퍼커패시터의 축전용량은 물론 수명을 늘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테리아 표면에 고르게 분포된 분말 입자 사이의 미세기공 덕분에 전해질 내 이온의 접촉면적이 넓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에너지저장밀도는 높아진다. 또 합성된 코발트 산화물 분말이 적용되면 4,000번 이상의 충·방전 후에도 저장효율이 95% 이상 유지됐고 충·방전 속도도 빨라졌다.

물론 이전에도 DNA나 단백질·바이러스 같은 생체고분자 물질로도 나노분말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생체고분자가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더욱이 이들을 활용해 나노분말을 생산하는 것은 공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수 합성할 수 있는 양도 마이크로그램(㎍) 혹은 밀리그램(㎎) 수준에 그쳐 수율이 낮다는 단점도 있었다.

코발트 산화물 나노분말 합성 공정의 수율 개선은 박테리아의 왕성한 증식력과 유전자 조작 용이성, 세포벽의 강력한 금속이온 흡착력 등의 요인으로 가능했다. 흡착력은 음전하를 띠는 세포벽과 양전하를 띠는 코발트 이온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한 것이다.

김 교수는 "박테리아 활용 공정을 통해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의 전극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조성의 금속 산화물 나노분말을 높은 수율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쓸 당분을 제공하는 미세조류도 있다. 전 교수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폐수처리장 유출수에서 배양한 미세조류(YSW15) 세포로부터 알코올 발효원으로 쓸 수 있는 글루코스 성분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포도당을 형성하는 당분의 일종인 글루코스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에탄올 등으로 발효될 수 있다.

특히 미세조류는 강이나 호수·폐수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사탕수수·콩과 같은 다른 바이오 에탄올 생산 연료원보다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에너지 신성장동력 국가로 지속적인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환경오염 물질인 미세조류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에너지 회수율이 높은 바이오매스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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