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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신불자 막으려면 청소년때부터 금융지식 길러줘야

[리빌딩 파이낸스 2013 기로에 선 금융산업]<br><1부> 밸런스에 답이 있다 ⑤ 끝·금융문맹 퇴치가 불균형 해법<br>민관 금융교육프로그램 통합 정규 교과과정 법제화 필요<br>취약계층 대상 교육 늘리고 이수자엔 금리혜택 고려를

금융회사들이 학생 등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감독 당국이나 민간 금융회사가 금융교육을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 비해 금융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경제DB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모(23)씨는 신용카드 대금을 막으려 대부업체에서 빌린 500만원을 갚지 못해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아르바이트만으로 용돈을 충당하지 못해 별생각 없이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린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상담과정에서 대출과 연체이자의 무서움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후회했다.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 등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소홀과 금융문맹(financial literacy)에서 비롯됐다. 또 지난 2003년 신용카드 사태의 원인으로 금융회사의 지나친 외형확대와 금융소비자의 신용관리 실패를 들 수 있다. 김씨처럼 소비자들이 능력을 넘어서는 대출과 소비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받지 못해서라는 얘기다. 결국 금융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이해 불균형이 가계부채의 원인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는 금융감독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가운데 촉발됐으므로 금융소비자 스스로의 금융역량을 강화해 금융공급자와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문맹 퇴치는 청소년 금융교육부터=금융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교육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각종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금융교육의 필요성만 강조할 뿐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나 중장기적 전략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에서 각급 학교를 중심으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아직도 시작 단계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금융교육시범학교'로 지정한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240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009년 20곳에서 2010년 60곳 등으로 늘어난 숫자다.

또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들이 나름대로 금융교육을 지원하지만 사업내용이나 프로그램이 제 각각이라 교육성과가 높지 않다. 지원 대상이 중복 또는 편중되거나 서로 다른 내용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교에서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송 KB국민은행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금융교육은 단순하게 어린이 위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소외자 해소 노력 선행돼야=최근 소득양극화가 진전되면서 경제적 소외계층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도 시급하다. 특히 금융교육 사각지역에 놓인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금융지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개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개인을 대상으로 부실재발 방지를 위해 사후적 신용교육을 하고 있지만 사전적 예방 차원에서 금융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계 계층의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금융지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미소금융ㆍ햇살론 등의 정책적 서민금융과 신용교육을 연계해 대출기간에 일정 횟수의 금융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금융교육 이수자에게 가산금리 등을 제공하는 등의 유인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관 금융교육 통합, 공교육 보완해야=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을 활성화하려면 정부와 민간단체ㆍ금융회사 등이 연계해 중장기 전략을 갖추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금융지식은 하루 아침에 깨우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교육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립되고 지속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오흥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장기적 전략을 세워 정부와 민간단체ㆍ금융회사가 협력관계를 구축한 뒤 학교와 사회의 금융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적 측면에서 금융교육을 법제화ㆍ전문화ㆍ표준화하는 방안도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금융 패러다임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금융공급자와 소비자 간 불균형과 사회계층 간 교육격차나 위화감을 해소할 수 있다.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은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서는 금융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며 "누구든지 최소한의 금융교육을 받게 하려면 공교육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금융교육은

미국, 모의주식투자 등 실생활 위주로

호주, 금융지식 주제 10년간 의무교육


초등학교 5학년인 도영이는 지난 8월 한 국내 금융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제캠프에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참가했지만 도영이가 캠프에서 배운 금융지식은 펀드와 보험 같은 몇 가지 용어에 대한 이해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알고 있던 용어조차 희미해졌다. 학교나 가정에서 금융교육이 이어지지 않자 교육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도영이는 국내 금융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의 금융교육은 어떨까.

미국은 정규 수업시간을 활용해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내용도 실제생활과 맞닿아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오면 곧바로 부딪히게 되는 신용관리나 투자 같은 문제들에 대한 적응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를 설명하면서 실제 신용카드 약관을 가지고 학생들이 연체비와 연체이자율, 현금서비스 이자율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게 한다. 또 초등학생도 모의 주식투자 게임을 하면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투자전략을 짠다.

미국의 이러한 프로그램은 10년 전인 2002년 5월에 신설된 재무부 산하 금융교육국에서 담당한다. 연방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설립된 금융교육국은 미국인이 일생 동안 금융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방정부의 다른 부서와 민간단체ㆍ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금융교육의 내용은 민간기구인 점프스타트에서 맡고 있다. 1998년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처음으로 발표한 '소비자ㆍ금융교육 기준'은 2007년 3차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의 주요 내용은 금융책임과 의사결정, 소득과 직업, 계획수립과 돈관리, 신용과 채무, 위험관리와 보험, 저축과 투자 등 6개 범주로 나뉘어 있다.

영국은 1990년대 초반 경제불황으로 개인파산이 급증하고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금융교육을 추진했다. 이에 앞서 1966년에는 민간 금융교육기구인 피펙(PfegㆍPersonal Finance Education Group)이 설립됐다. 피펙에서는 어린이들이 종강파티를 준비하면서 금융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업방식을 제공한다. 종강파티의 예산을 직접 짜고 행사를 진행하면서 합리적 소비와 지출 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또 영국 금융감독청(FSA) 산하에서 2011년에 독립한 머니어드바이스서비스에서는 맞춤형 상담으로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혼과 이혼ㆍ출산ㆍ노후준비 등과 연계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호주에서는 정부 주도로 학교 금융교육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05년 교육 관련 각료협의회를 설치해 '국가 금융 이해력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금융지식과 이해력ㆍ역량ㆍ책임감 등 3개 영업별로 10년간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금융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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