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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13일]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
입력2008-05-12 17:52:27
수정
2008.05.12 17:52:27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한번씩 만지작거리는 전화번호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지급한 청와대 핫라인 번호다. 지난 3월 필요하면 ‘언제든’ 직접 전화해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건의하라고 이 대통령이 기업인 100명에게 건넨 번호지만 도 회장은 아직 전화 한 통 걸어보지 못했다.
이쪽 업계에 아무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속한 벤처캐피털 업계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구분돼 있다 보니 벤처캐피털 업계는 금융계의 무한경쟁 시대를 여는 자통법 대상에서 한발 비켜나와 있다. 정부로부터 정책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대신 규제를 계속 받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금융회사가 신기술금융회사로 등록만 하면 벤처캐피털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벤처캐피털 업계의 이런 우려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아직 업계가 바라는 수준은 못 된다. 주무기관인 중기청이 자통법을 틀어쥔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를 버겁게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답답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는 왜 대통령에게 전화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 못할까. 그는 “아무 때나 전화하면 되겠나. 정말 마지막 순간에 전화해야 귀를 기울여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TV나 신문만 봐도 대통령이 고민할 문제가 이미 넘치게 많다. 대통령이 열어준 핫라인은 마치 총알이 하나만 남은 총처럼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대통령이 핫라인으로 전화가 별로 걸려오지 않는다며 실망했다는 말이 들린다. 핫라인 대상을 늘리고 전화 받는 방법을 바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방법이야 어떻든 전화 한 번 걸어보지 않은 기업인일지라도 핫라인이 답답한 현실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가 된 건 사실이다. 물론 핫라인 하나로 기업의 애로사항이 모두 단칼에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전화를 거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어리석지만 말이다.
도 회장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게 될까. 전화를 받은 대통령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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