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에서 북쪽으로 약 1,126km. 전 세계 이슬람교 신도 중 절반이, 기독교인 중 60%가 이곳 위도 10도 안에 산다. 그리고 이곳에서 종교는 분쟁의 원인이 된다.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말한 새로운 형태의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위도 10도’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신도들의 충돌과 그 원인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뉴 아메리카 재단 선임 연구원인 저자는 7년간 두 종교가 충돌하고 있는 최전방 지역을 직접 돌며 분쟁을 취재해 ‘21세기 십자군 전쟁’의 원인과 실태를 분석했다. 책에는 우선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진 끔찍한 실상이 담겼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아홉살 짜리 무슬림 소년의 사지를 칼로 난자하고 분리된 팔과 다리를 불태운 사례나 수단에서 일곱살짜리 아이를 ‘예수처럼 당해 보라’며 판자에 못 박은 이야기 등 종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자에 따르면 위도 10도 안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갈등은 단순히 신념의 문제가 아니었다. 현지 주민들이 믿는 신은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을 둘러싼 역학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열대지방인 이곳에서 벌어지는 영토와 수자원, 석유 및 기타 자원을 둘러싼 충돌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위도 10도라는 지리는 단순히 그럴 듯한 제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 문제가 신앙과 결부돼 분쟁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표면에 드러나는 ‘종교’라는 요인에 집중하느라 진짜 이유를 놓치고 상황을 격화시킨다고 말한다. 책에는 한국의 이름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해외에 파송하는 선교사는 1만 2,000명 가량. 4만 6,000명으로 추정되는 미국 선교사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한국 역시 종교 갈등을 격화시키는 역할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현지 가톨릭과 감리교, 그리고 한국의 장로교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선교사도 오랑 아슬리족의 복음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사실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270쪽) 김선일 씨 살해나 분당 샘물교회 사태 등을 겪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종교 분쟁의 제 3자가 아닌 셈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 분쟁에 모두가 당사자라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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