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부진한 수출지표에 이어 1월과 2월 광공업생산과 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 등 각종 지표 증가세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 경기를 둘러싼 우려가 더욱 증폭되며 호주 화폐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3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광공업 생산 평균치가 전년 동기에 비해 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2월의 9.7%와 전문가 예상치인 9.5%를 모두 하회하는 것으로 2009년 8월 이후 4년6개월래 최저치다. 또 국가통계국은 1·2월 평균 소매판매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1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난해 12월의 13.1%와 예상치인 13.5%를 모두 하회하는 것으로 2005년 2월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특히 1·2월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가 끼어 있었음에도 소매판매 증가세가 저조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나온 도시 고정자산 투자 지표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1·2월 평균 중국 고정자산 투자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17.9%로 이전치인 19.6%와 예상치인 19.4%를 모두 하회했다. 이는 2002년 12월 이후 11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번 지표는 중국 춘제 영향으로 1월과 2월 결과를 모아 평균치를 내 한꺼번에 발표됐다.
블룸버그는 "리커창 총리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7.5%로 설정했지만 중국 실물 경제는 강한 둔화 신호를 보내 성장률 달성에 비상이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움직임을 관치가 아닌 시장에 맡기기 위한 수순을 밟아 가는 가운데 이런 정책 또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며 "중국 경제의 갑작스러운 위축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1%나 급감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1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 업체 상하이차오리가 중국 국내 회사채 사상 처음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기업활동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미국 내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연동펀드(ETF)에서 올 들어 약 4억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글로벌 자금이 중국을 탈출할 조짐도 보이는 실정이다.
이에 시장은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13일 오전 장에 상승세를 보였던 일본 증시는 0.1% 하락 마감했으며 1%대 상승세를 보였던 상하이 증시도 0.8%대로 상승세가 꺾였다. 중국 기업이 대거 상장된 홍콩 증시 역시 하락 반전해 0.5% 내외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의 경우 미국 달러 대비 화폐가치가 이날 1.36%나 급락했다. BNP파리바의 기요가와 켄도쿠 일본자산관리부문장은 "중국 경제 성장세가 가속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 둔화가 증폭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세계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중국까지 안 좋아지면서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품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중국 지표가 나온 직후 0.47%나 급락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CMC마켓의 최고투자전략가인 마이클 매카시는 "산업생산이 매우 위축됐다"며 "원유값이 계속해서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실제로는 4%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 리미티드 회장은 12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중국은 공식 발표와 달리 4%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중국 경제당국이 발표하는 수치는 (정확한 통계에 따른 것이 아닌) 상황을 좋게 보이려고 서랍에서 꺼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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