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쉬의 백20은 무슨 뜻일까. 최규병 9단은 이 수를 패착1호라고 지적했고 원성진 8단은 일리있는 수순이라고 변호했는데…. “팻감으로 이세돌이 쓴 우변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받지 않기로 하자면 이 수를 선수로 활용해 두는 것이 이득이니까요.”(원성진) “그렇긴 한데 자기의 속을 상대에게 훤히 보이게 하다니. 장쉬는 순진한 데가 있어.”(서봉수) 이세돌은 5초쯤 생각하고 흑21로 때려냈다. 장쉬는 백22로 끊어 우변 흑대마 전체를 위협했고 이세돌은 재차 흑23으로 때려냈다. 백의 주택단지였던 좌하귀는 빈껍질만 남았다. 장쉬는 여기서 다시 장고에 빠졌다. 우변의 흑대마는 안형이 거의 없다. 이 흑대마를 백이 다 잡게 된다면 무조건 백승이다. 그런데 우변에는 시한폭탄 같은 패의 수단이 남아 있다. 그 패를 백이 해소하자니 흑이 외곽으로 탈출할 것 같고 외곽을 한 수 더 들여 보강하자니 패는 그대로 남는다. 장쉬는 10분의 고민 끝에 백24라는 기발한 착점을 강구해냈는데…. 최규병은 백24를 패착2호라고 지적했다. 참고도1의 백1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흑이 우변의 패를 걸어오면 A의 팻감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실전의 백24 이하 27까지 되고 보니 이 방면에 팻감이 전혀 없다. 그것을 확인한 이세돌. 흑29 이하 31로 팻감을 장만해놓고서 가차없이 흑33으로 폭탄을 터뜨렸다. 참고도2의 흑1,3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는 가장 강렬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37…33)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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