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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개월간 내집마련을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던 직장인 이모씨(36)는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당초 85㎡(이하 전용면적 기준)이하 아파트를 매입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맘에 드는 중소형아파트는 인기도 많고 가격도 여전히 너무 높았던 것. 반면 100~114㎡(40평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예년대비 2~3억원이 떨어진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이씨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A아파트를 눈여겨 보고 있다. 전용 114㎡의 경우 작년 연초 12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9억원 초반까지 값이 떨어져 있었지만 로열층 전용 85㎡(8억원 후반)와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자녀들이 크면 집을 넓혀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조금 더 무리를 하더라도 아예 중대형아파트를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대형아파트의 거래침체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대형아파트의 미분양이 넘쳐나는 것은 물론 기존 주택의 가격도 곤두박질친 채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대형아파트 시장의 침체는 '갈아타기' 실수요자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소형과 중대형의 가격차가 줄어들어 갈아타기에 필요한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
에이플러스리얼티의 조민이 팀장은 "중소형아파트는 수요층이 두터워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중대형아파트는 20~30%이상 가격이 떨어진 곳도 많다"며 " 100~114㎡(30평대 후반~40평대 초반)의 중형아파트는 관리비 부담 등도 크지 않아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중대형 아파트 갈아타기 최적기= 소형아파트 선호와 대형아파트 기피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입주 8~10년차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 중소형 새아파트 가격으로 40평대(전용 114㎡)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국의 소형아파트가 12.9% 오르는 동안 대형아파트는 2.7%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서울의 경우 1년간 소형아파트가 0.4% 오르는 동안 대형아파트는 -1.7%나 떨어졌다.
소형아파트 분양가가 중대형보다 비싼 '분양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면적 99~132㎡(30~40평대) 아파트의 3.3㎡당 901만원을 기록해 2008년 이후 3년 만에 1,000만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 2008년 3.3㎡당 916만원에 불과했던 공급 66~99㎡(20~30평대) 아파트의 분양가는 꾸준히 올라 지난해에도 평균 1,043만원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소형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중대형에 비해 142만원 높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한 '전농 래미안 크레시티'의 경우 전용 84㎡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500만원 후반, 전용 121~141㎡는 1,400만원 중반대로 책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대형 갈아타기 비용도 5년 전 776만원에서 418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부동산정보제곡업체인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공급면적 132~162㎡ 이상 대형아파트의 가격은 3.3㎡당 1,944만원에서 1,822만원으로 떨어진 반면 66~99㎡ 소형아파트는 1,168만원에서 1,40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대형주택 매입, 전망 엇갈려= '중대형아파트의 추락이 이대로 계속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중대형 아파트의 거주 수요는 여전히 풍부한 것으로 나타난다. 매매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전세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는 ▦소형 17.9% ▦중형 15.9% ▦대형 12.5%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아파트의 전세 선호도 소형 못지 않게 높았던 셈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소형 주택의 전세가가 10.4% 오르는 동안 대형은 9.7% 올라 전세가 상승률 차이가 거의 없었다.
현재의 불황을 지나 경기가 살아나면 좀 더 넓은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OECD 선진국의 1인당 주거면적을 살펴보면 미국 68㎡(2003년), 영국 44㎡(2001년), 독일 40.1㎡(2002년)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1인당 주거면적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6.2㎡로 조사됐던 1인당 주거면적은 2010년 28.5㎡까지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소형아파트의 분양성적이 좋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전용 85㎡ 아파트를 기준으로 너무 많은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중대형아파트의 공급은 다소 부족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반면 인구구조 자체가 1~2인 가구 등 소가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소형아파트 선호와 대형아파트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여러 신기술이 개발되며 소형아파트도 중형 못지 않은 넓은 전용률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중대형아파트를 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단기간에 예전 인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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