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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거짓말·속임수는 꼭 나쁜 것일까?

■속임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산타페연구소 지음, 황소걸음 펴냄)


생물의 세계에는 온갖 속임수가 만연해 있다.

아구(anglerfish)가 먹이를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짜 미끼부터 딱새가 다른 경쟁자들을 단념시키기 위해 내는 허위 경보에 이르기까지. 암컷처럼 가장해서 몰래 짝짓기를 하는 수컷 블루길선피시(bluegill sunfish), 다른 대상을 모방할 수 있는 흉내쟁이 문어도 있다. 유기체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상대를 속인다.

그렇다면 속임수는 윤리적으로 나쁜 것일까?

물론 거짓말은 단순히 그리고 절대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칸트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여전히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어떤 부분이 거짓말을 잘못으로 만드는 데 주로 기여하는지, 그런 요소가 있다는 자체로 거짓말이고 나쁜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실시된 심리 조사는 인간에게 거짓말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이례적으로 나타나는 변종이 아니라 인간의 전형적인 행동 양식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10분간 대화하는 동안 피험자 중 60% 이상이 최소한 한 번씩 거짓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인간관계의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속임수는 줄어든다고 알려졌지만, 이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연인이나 어머니와 대화하는 내용 중 30~50%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일부 언어학자들은 속임수가 인류의 언어가 발달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의 1부에서는 속임수의 정의(定義)에 관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검토한다.

진화생물학자 칼 버그스트롬이 '유기체들이 예상되는 이득을 취하기 위해 상상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상대를 기만'하는 세계를 소개하며, 속임수의 철학적이고 법률적인 정의를 검토한다.

2부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이전과 비교해 속임수가 어떻게 쉬워졌는지, 어떤 경우에 속임수를 간파하기가 더 어려워졌는지 살펴본다.

사진 조작을 둘러싼 신뢰와 불신,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에이브러햄 링컨의 전신 초상 사진이 합성이라는 것은 속임수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왜 어떤 합성사진에는 분노하는지를 파헤친다. 또 최근 골칫거리가 된 '피싱(phishing)'이나 신분 도용 같은 메커니즘을 알아보고, 속임수의 개념 구조와 실행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속임수는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이 존재하며, 정의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치판에서 돈다발을 주고받다 검찰에 불려가서는 '관례'라고 흰소리를 해대고, 분식 회계,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이 불거지는 작금의 현실에 좌절할 때, 일독을 해 본다면 다소간 위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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