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울산 장생포 해양공원에 있는 10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장부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대기간 10년이 내년이면 끝나지만 아직까지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할당국은 유보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어 현대미포조선측의 애를 태우고 있다.
10일 울산항만공사와 지역업계 등에 따르면 울산 장생포 해양공원을 10년째 공장부지로 사용 중인 현대미포조선이 내년 6월 말로 설정된 임대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땅을 위탁 관리하고 있는 울산항만공사가 구체적 입장을 유보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은 울산 남구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 9만3,000여㎡를 블록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부지는 1990년대 울산항 항로직선화사업을 하며 발생한 준설토를 매립해 해양공원으로 조성한 땅으로 울산지방해양항만청 소유지다.
2004년 당시 공장용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미포조선과 부지 소유권을 가진 울산지방해양항만청, 울산시, 남구, 장생포 주민단체 등 5자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2005년 6월부터 10년간 부지를 사용하게 됐다. 바다 건너에 있는 미포조선 본사와는 해상으로 1.7㎞가량 떨어진 곳으로 최적의 입지였다. 현대미포조선은 이 부지에서 선박블록 제작과 조립, 선행의장(블록에 기계, 배관, 전기, 선실 등을 설치하는 작업) 등의 작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현대미포조선 장생포 공장은 연매출 1,500억원에 고용인원 400여명 등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규모로
10년간 지역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조선기자재 업체의 동반 성장과 인근 상권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항만공사는 이곳을 2020년까지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2억5,000여만원을 들여 해양공원 조성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 남구청은 세계 최고 높이의 고래등대를 계획하고 있다. 장생포 일원을 고래관광특구로 지정하고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인 남구는 등대를 호텔형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사업비가 최대 2,000억원에 달할 정도의 사업 규모로 성사 여부와 함께 가시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은 이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까지 임대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략 5년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업종은 흐름 생산으로 현대미포조선은 최소 2년치 일감이 쌓여 있어 이를 해소할 장생포 블록공장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10년 전 공장을 설립하는데 150억원이 들었고, 10억원의 지역발전기금도 풀었다. 10억원 가량의 해상물동량도 창출하고 있으며, 매년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과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한 관계자는 "무작정 이 땅을 쓰자는 것 아니다"며 "현재 일반 공업용지인 이곳이 당장 철거하면 다시 사업(항만공사, 남구청 등)을 시작하기까지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는데 그때까지만 활용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장생포공장 부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여러 분위기가 있으며 활용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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