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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식으로 국책사업이 중단된다면

[사설] 단식으로 국책사업이 중단된다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중단됐다. 청와대가 소위 '도롱뇽 소송' 2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공사를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라는 시민ㆍ환경단체와 불교계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공사라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한시적인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원사 지율 스님은 청와대 앞길에서 노숙단식을 하다가 57일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에도 부산 시청 앞에서 고속철의 천성산 관통을 반대하는 45일간의 단식농성을 했었다. 생명존중을 지고의 덕목으로 삼는 종교인이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며 환경과 생명을 지키려는 뜻은 고귀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단식농성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는다면 이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대한토목학회 등은 현장답사 결과 기존 천성산 터널구간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고속철도의 경제성을 적절하게 반영한 최적의 노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천성산 터널이 시공되더라도 거리차이가 충분하고 늪지의 기본요건인 바닥이 물이 새지않는 토양이어서 생태계 보전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소음과 진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공법을 도입한다면 인접 사찰의 수행환경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정부가 과학 및 공학적 근거아래 추진되는 국책사업에 대해 공사중단이라는 편법적 대응을 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서울외곽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사패산 터널공사에서 유사한 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그 때도 환경보호를 이유로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사업추진에 반대해 공기지연에 따른 공사비 부담만 늘린 채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발언으로 무마됐다. 2010년 완공 예정인 경주~부산 2단계 사업의 공기 차질이 빚어질 경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건설교통부는 경주 이남의 구간설계를 바꿔 7년간 사업지연이 생기면 22조원의 금전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1심 재판부가 자연물인 꼬리치레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민사소송법상의 가처분 신청권리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형식논리에 치우친 감이 있다. 도롱뇽 소송대표단이 궁극적으로 터널건설에 따른 생태환경영향의 정밀감정을 목표로 한 만큼 정밀감정의 필요유무를 가리는 상응하는 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2심 재판에서 조속히 이 문제를 가려주기 바란다. 입력시간 : 2004-08-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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