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금융시장은 2월29일(현지시간) 버냉키 의장의 의회증언에서 현재의 미국경제 회복 추세를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3차 양적완화를 포함한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경제지표들은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미 상무부는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로 환산해 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상무부가 발표했던 잠정 추계치 2.8%보다 0.2%포인트 높은 것이다. 또 이날 나온 12개 연방준비은행의 경기판단을 담은 베이지북은 미국경제가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완만하게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지북은 주택시장 여건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다소 개선됐고 고용은 몇몇 지역에 걸쳐 다소 늘었다고 진단했다.
최근 뉴욕증시가 그리스 등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경기회복세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실제 2월 마지막인 이날 다우지수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월간 상승률은 4.5%로 199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S&P500지수도 3개월 연속 월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이날 증언에서 현재 수준의 미국경제 성장속도로는 실업률을 추가로 떨어뜨리기 힘들다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지난해 중반 이후 민간부문에서 매월 평균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을 거론하며 개선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고용회복이 고르지 못하고 제한적"이라며 "고용시장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수요와 생산에서 보다 강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유가상승으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경제회복에 대한 버냉키 의장의 신중한 접근에 대해 시장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나온 중앙은행 총재의 '견제구'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크 리먼 JPM증권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일이) 사람들이 비관에 빠져 있을 때 낙관적이어야 하고 경제가 잘 풀려나갈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는 매우 일을 잘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안정적인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FRB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기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2014년까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를 포함한 추가 완화정책을 서둘러 도입할 의사는 전혀 나타내지 않아 시장의 분위기를 식게 했다. 이는 통화정책 수단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거의 '마지막 카드'에 가까운 3차 양적완화는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해 최대한 아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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