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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랠리 킬러(Rally Killer)

이용택 <증권부장>

누구에게나 극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최근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는 LA다저스의 최희섭도 그랬다. 지금은 일약 LA다저스의 거포로 부상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랠리킬러(Rally Killer)’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상승흐름을 깨는 선수라는 얘기다. 득점 찬스 때 삼진 아웃되는 경우가 많아 붙여진 오명이다. 그가 지난 겨울 고향에서 손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기도록 타격 연습을 한 것도 이를 털어내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1,000P 안착은 새 희망 주식시장에도 랠리킬러라고 명명되는 것들이 있다. 잘나가는 주가의 발목을 잡는 것들에 이런 호칭을 붙인다. 미국 월가에서는 8월을 랠리킬러라고 부른다. 이때가 임박해오면 “랠리킬러가 다가온다”고 경고한다. ‘1월 효과’에서 ‘서머랠리’까지 잘나가던 주식시장이 여름 휴가철 절정기인 이 시기를 고비로 꺾인 경우가 많았던데다 이 기간의 수익률이 연중 가장 낮았던 탓이다. ‘봄에는 전진하고 가을에는 후퇴한다’는 미국 증시 격언도 그래서 생겼다. 다시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다. 지난 3월 잠깐 동안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되밀린 뒤 3개월여 만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3월보다 결코 좋을 게 없다. 역설적으로 랠리킬러가 활동하기 더 좋은 환경이다. 지금 우리 증시의 랠리킬러는 무엇인가. 항상 증시의 악재로 거론되는 북핵 문제와 정치불안, 고유가에다 최근 몇년 동안에는 계속되는 경기부진과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경제정책이 덧붙여졌다. 3월에는 충만했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도 많이 사라졌다. 이런 악재들을 무기로 랠리킬러들이 수시로 랠리를 시샘할 가능성이 높다. 비관론자들도 이를 근거로 약세를 점친다. 한국 증시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도이치증권의 스티브 마빈 상무는 최근 ‘현실을 직시하라.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Facing up to reality-and it ain’t pretty)’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나아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며 ‘셀 코리아’를 외쳤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1,000포인트를 돌파한 지금도 향후 6개월 목표지수로 795~800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펀더멘털에 비해 증시가 과열됐다며 지금은 한국 주식을 팔 때라고 강조한다. 이들 비관론자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려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부동산값만을 잡겠다고 금리인상을 들먹이는 데 대해서도 고개를 돌린다. 설령 이들의 분석이 틀릴 여지가 더 높은 예언일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도 비슷한 두려움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지수가 올라도 연일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지금까지 30일 연속 순매도해 국내 증시사상 최장이다. 거래량도 3월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시장은 떴지만 주식을 얘기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차분하다고 평가하기에는 무관심의 강도가 심하다. 관심은 온통 부동산이고 강남 집값이다. 악재·비관론 극복이 과제 이런 것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다스리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지수 네자릿수가 갖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이를 지켜내야만 사그라져가는 기대도 되살아나고 떠나는 개인투자자들도 돌아온다. 현실보다 미래에 몸을 기대는 주식시장의 속성을 고려하면 1,000포인트 안착은 새로운 희망일 수 있다. 1,000포인트를 지켜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수백만명의 월급쟁이들이 매달 증시에 월급의 일정 부분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증시를 떠나는 개인투자자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대부분 3~5년 동안 지수 등락에 관계없이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증시에 집어넣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지금 지수 네자릿수를 이끌어내는 힘이 됐다. 이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그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랠리킬러의 힘을 빼 랠리를 지속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일부에 국한된 강남 집값을 때려잡는 것 못지않게 이 정권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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