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휴가' 그리고 '올림픽' 여간해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시기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잠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런 때 들뜬 마음을 정리하고 하반기 투자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증시를 둘러싼 환경을 체크해야 한다. 미국 등의 글로벌 경기둔화와 신용위기가 진행형이고 안으로는 내수부진에다 기업실적도 하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해 증시도 바닥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그냥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훨씬 많다.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조언이다. 증시가 바닥이라는 것은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으로 해석하라는 주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종목이나 덥썩 잡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욱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주식만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이들을 찾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실적위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상반기에 좋은 실적을 냈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으로 낼 것으로 전망ㆍ분석되는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 부지런히 업종을 분석하고 종목을 발굴하는 투자자에게만 높은 수익률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돌아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폭과대 가치주, 신시장 개척주, 우량 업종 대표주 등을 추천했다. 업종으로 쉽게 구분하기에는 개별종목의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업종이 우호적이지 않아도 훌륭한 종목이 있다. 한동안 한국경제를 먹여살렸던 조선업종 마저도 불안한 상황에서 업종이라는 테마에 흔들리기 보다는 '좋은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실적을 괜찮은 데 외부상황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이나 실적악화의 이유가 고유가와 경기침체에 있어 앞으로 시장상화에 따라 개선가능성이 큰 종목, 시장이 나쁘더라도 헤지를 잘해놓고 견디고 있는 종목 등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신용경색 완화땐 금융株 반등 가능성 커
LG화학은 4곳서 "최고 유망종목" 꼽아
코스닥선 현진소재·소디프신소재 추천 '낙폭과대 가치주' '신시장 개척주' '우량 업종대표주' 주요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하반기 추천종목이다. 먼저 상반기 급락장 속에서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낙폭과대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급락한 경기소비업종이 그것이다. 소비라는 것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고 또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점점 늘어난다는 일반론과는 동떨어지게 실적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종목이 수두룩하다. 현재로서는 전반적인 경기전망이 나쁘고 기업 실적도 덩달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유가가 하향 안정되고 신용경색이 완화될 경우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신용경색으로 폭탄을 맞았던 금융주들의 반등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해소되고 경기침체가 완화된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업종이 옛날의 위상을 되찾지는 못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 신시장 개척 등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새로운 모멘텀을 형성할 것이란 이야기가 이래서 나온다. 지난 2ㆍ4분기 실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3ㆍ4분기 이후 매출을 확대시킬 수 있는 '무기'가 없는 종목은 높이 평가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영원한 테마주라고 할 수 있는 업종 대표주들도 추천에서 빠지지 않았다. 업황이 좋아지면 마찬가지로 종목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또 업종전체를 리드한다는 의미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실적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종목이라도 그 가치는 회사가 만들어내는 실적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승자가 없듯이 대표주라는 것도 항상 바뀔 수 있다는 전제에서도 그렇다. 서울경제가 10일 국내 주요 8개 증권사에 의뢰해 조사한 하반기 유망종목을 보면 유난히 추천종목 숫자가 많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유망종목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증권사별로 각각 10개 내외의 종목을 추천했는데 이들 가운데 4개 이상 증권사가 겹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3개의 증권사가 겹치는 것도 셋에 불과했다. 단독 추천 종목이 무려 25개나 됐다. 추천종목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들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종목이 추천됐느냐만이 아니라 어떤 근거아래 추천이 이루어졌느냐를 꼼꼼히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내외적인 변화에 따라 환경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실제 해당종목이 합당한 실적을 낳지 못할 수도 있고 이는 주가에 귀납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하반기 가장 주목을 받을 종목으로 꼽힌 곳은 가장 많은 4개 증권사가 선택한 LG화학이였다. 현대증권은 LG화학에 대해 "편광필름, 2차전지 위주의 정보전자소재 부문 실적 개선이 지속되며 HEV용 전지 성장성이 높다"며 "현주가는 PER 7배 미만으로 저평가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은 "중동과 미국 석유화학 공장 사고에 따른 상대적 수혜와 폴리실리콘, 자용차용 배터리 등 대형 신규사업 성공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 기아자동차(이상 유가증권), 현진소재(코스닥)를 3개 증권사가 각각 선택했다. 이중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대신증권이 "2ㆍ4분기 반도체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으나 하반기 PC 업황에 따른 반도체 업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제시했고 굿모닝신한증권은 "흑자전환,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대우증권은 "최근 실적인 올 상반기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에는 분명 못미치는 것이나 글로벌 경기둔화를 감안시 나쁜 실적이라 할 수 없다"며 "최근 세컨드티어 D램 업체들의 수익성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슬림화된 공급구조 아래 선두권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화증권은 기아차를 추천한 이유로 "모닝의 사실상 내수독점 체제에 이어 중형차 시장에서 로체가 SM5를 제치고 소나타의 70%를 판매하는 등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내년 수출물량 증가도 구조적인 상황에서 기아차는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에 서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주가상승을 위한 충분조건인 본사 손익개선이 만족스럽고 해외시장 판매도 개선추세"라며"신차 판매의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시장에서 현진소재의 돌풍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조선주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자재 업체들의 수주에 따른 실적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현진소재는 동종업체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CJ투자증권은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조호조와 수익성 개선, 신규아이템의 지속적 개발과 설비투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개 증권사의 낙점을 받은 종목은 포스코, 신한지주, 현대자동차, KT&G, 신세계, 강원랜드, 삼성SDI, 글로비스, 코리안리(이상 유가증권), 소디프신소재(코스닥) 등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업종에서 최선두에 서 있는 우량 종목이다. 대우증권은 포스코에 대해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둔화되나 수익성은 철강사 중 가장 견조할 전망"이라고 분석했고 CJ투자증권은 강원랜드에 대해 "고속도로 완공 및 신규슬롯머신 기기 교체 등 긍정적 모멘텀이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또 대신증권은 글로비스에 대해 "CKD, 물류사업부문, 중고차판매 사업부 등의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코리안리에 대해서는 "2ㆍ4분기부터는 해외수재보험에서의 손실이 축소돼 손해율이 73% 미만으로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제시했다. 코스닥의 알짜종목인 소디프신소재에 대해 동양종금증권은 "장기공급 계약에 따른 실적 전망치 지속적 상향, 향후 생산능력 확장에 따른 매출액 급증가능성이 풍부"하다고 치켜세웠다. 또 굿모닝신한증권은 "2ㆍ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이 회사의 수익성은 규모의 경제가 확대됨에 따라 기존기대 보다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SK텔레콤, LG,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롯데쇼핑, 현대모비스, 한국가스공사, GS건설, 미래에셋증권, 대한항공, 삼성엔지니어링, 동양종금증권, 한전KPS, LG생명과학, 한솔제지, 웅진씽크빅, 대한제당(이상 유가증권) NHN, 다음, 테크노세미켐, YTN, 텔레칩스, 하이록코리아, 티엘아이 등이 추천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유가증권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10위 업체가 대부분 추천종목으로 포함됐다. 유가증권시장의 시총 상위 종목들은 그 규모 만큼이나 시장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급등락 장세에서도 개별주가가 따로 노는 경우는 적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는 시총 상위업체가 대거 탈락하고 중소종목들이 많이 추천됐다. 이는 코스닥시장이 유동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마나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기업가치와는 별개로 노는 종목이 많다는 의미다. 즉 코스닥시장에서 우량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투자자만큼이나 증권사도 어려워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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