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남자프로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첫날 경기. 한국 선수가 2명이나 슬로 플레이에 따른 경고나 지적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경고를 받은 것은 아마추어 초청선수 이창우(21·한국체대·사진)였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꿈의 무대를 밟은 이창우는 그러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8오버파 80타로 제이슨 더프너(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과 함께 공동 90위. 컷 탈락을 면하기 어려운 위치다.
경고를 받기 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12번홀까지 버디 2개, 보기 6개로 4오버파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이창우는 이후 6개 홀에서만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18번홀)로 4타를 더 잃고 말았다. 13번홀(파5)에서의 슬로 플레이 경고가 치명적이었다. 그 홀에서는 파로 막았지만 이후부터 리듬이 깨졌다. 이창우는 "두 번째 샷을 치고 나서 경기위원이 '앞 조와 간격이 벌어졌다'며 경고를 줬다"며 "그때부터 정신없이 쳤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를 한 뒤로 한 번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어 당황했다"며 "샷을 준비하는 과정이 느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선수인 프레드 커플스, 강호 웹 심슨(이상 미국)과 같은 조에서 경기해 가뜩이나 긴장했을 이창우는 경고 이후 벌타를 의식해 제 기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다. 슬로 플레이는 경고 두 번이면 1벌타를 받는다.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는 처음 출전하는 선수에게는 다소 '까칠한' 대회로 기억될 수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 나선 '골프신동' 관톈랑(16·중국)도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1벌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벌타 조치에 대해 논란이 컸다. 지연 행위가 뚜렷한 다른 선수들에게는 아무 말 없다가 역대 최연소 출전 선수인 관톈랑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마스터스의 지나친 보수성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관톈랑은 벌타에도 3라운드에 진출해 최연소 컷 통과 기록을 작성했다.
한편 이날 최경주(44·SK텔레콤)도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2번홀(파5)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4분이 늦었다"며 독촉을 받은 것. 실제 경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늑장 골퍼로 악명높은 잭 존슨(미국)과 동반 플레이하는 바람에 애꿎은 지적을 받은 것이다. 그래도 최경주는 12년 연속 마스터스 출전 선수답게 흔들리지 않았다. 구두로 재촉을 받은 그 홀에서 첫 버디를 잡더니 이후 보기 1개와 버디 2개를 더해 2언더파 70타로 마쳤다. 선두 빌 하스(4언더파·미국)에 2타 뒤진 공동 5위.
2004년 3위가 마스터스 개인 최고 성적인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3주 전부터 대회장을 찾아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경기 후 최경주는 "파5 홀에서 잘라가는 전략으로 버디(3개)를 한 게 큰 수확"이라며 "소(saw) 그립으로 퍼팅 그립을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 오늘 파를 기록한 것 중 4개도 이전 같으면 무조건 보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3주 전 톱질하는 듯한 손 모양의 소 그립으로 변화를 줬다. 최경주는 "(1라운드 순위는) 굉장히 좋은 위치다. 죽을 힘을 다해 치겠다"고 밝혔다.
배상문(28·캘러웨이)은 이븐파 공동 20위, 양용은(42·KB금융그룹)은 5오버파 공동 75위다.
허리 수술로 인한 타이거 우즈(미국)의 불참으로 이번 대회에서 공동 3위(2명까지)만 해도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디펜딩 챔피언 애덤 스콧(호주)은 선두에 1타 뒤진 3언더파 공동 2위로 첫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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