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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중층 재건축 '시련의 계절'
입력2009-04-29 14:40:51
수정
2009.04.29 14:40:51
은마, 잠실5단지, 서초 우성 등 중층재건축 3,000만~4,000만원씩 하락<br>소형의무비율과 투기지역 미해제 등으로 사업 암초 많아… 진행 빠른 저층과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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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중층 재건축 '시련의 계절'
소형주택 의무비율 유지로 메리트 줄고투기지역 해제도 사실상 무산 악재 겹쳐치솟던 매매가 하락 반전 거래량도 급감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급매물이 다시 나옵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M공인의 한 관계자)
서울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 서초 우성 등 강남권 중층 재건축 아파트들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올 들어 급등했던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거래량 역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사실상 무산된데다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시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층 재건축 아파트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유지될 경우 재건축 메리트가 반감된다.
◇상승 끝, 하락 시작(?)=29일 서울 강남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층 재건축의 하락폭이 크다. 1,000만원가량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이는 개포주공 등 저층 재건축보다 하락세가 뚜렷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최근 9억1,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올해 최고가인 9억5,000만원보다 4,000만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집값이 수직 상승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형 역시 매매가가 10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불과 1~2주 사이에 3,000만원 가까이 빠진 가격이다.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 3월 10건이 매매됐던 이 단지는 4월에 접어들며 5건으로 거래량이 줄었다.
또 다른 중층 재건축 아파트인 서초구 서초동 우성1차 109㎡형은 올해 8억3,000만원까지 상승했던 거래가격이 최근 7억9,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잠실 S공인의 한 관계자는 “반짝했던 매수세가 사그라지며 호가도 내려가는 분위기”라며 “추가적 규제완화가 없는 한 수천만원 정도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서울시 소형주택 의무비율 고수, 직격탄=중층 재건축이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서울시가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고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9일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신축 재건축 아파트는 ‘2대4대4의 법칙(전용면적 기준 60㎡ 이하 20%, 60~85㎡ 40%, 85㎡ 이상 40%)’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은마나 잠실5단지처럼 대부분 중대형으로 구성된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일부 조합원들은 소형 주택을 배정 받을 수밖에 없다. 넓은 집을 보유하던 사람이 좁은 집으로 옮겨가야 할 판이니 사실상 재건축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재개발 정비 업체인 미래파워의 장무창 대표는 “중층 재건축 단지들은 설계 당시부터 용적률이 높은 편에 속해 용적률이 현저히 낮은 저층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다”며 “현 시점에서는 저층 재건축에 투자하는 게 바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미 시세에도 반영돼 개포동 등 저층 재건축의 3.3㎡당 가격이 6,000만원에 육박하는 반면 중층 재건축은 3.3㎡당 3,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기지역 해제’난망도 악영향=지난해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로 굳어지는 것도 중층 재건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4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사업구역 내 주택이나 토지를 양도할 경우 조합원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는 내용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은마아파트를 구입한다고 할 경우 아파트 조합이 설립되는 순간부터 거래가 어려워진다. 강남권 중층 재건축은 그 동안 낮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이 거의 없다. 바꿔 말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조합이 설립되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 탓에 조합설립이 늦어져 사업이 지연되기를 바라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대치동 B공인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규제완화를 놓고 미적대는 동안 금리라도 상승하면 다시 한번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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