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계량형 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소비자와 업계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시행돼 제도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건설ㆍ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평형ㆍ타입 등의 종전 면적 표기 방식 대신 제곱미터(㎡)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대부분이 종전의 표기 방식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건설은 인천 ‘에코메트로2차’ 분양시기를 지난달 말로 예정했다가 이달 3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면서 카탈로그에 기재된 평형을 모두 ㎡로 바꿨다. GS건설도 지난달 말 수색자이를 분양할 때 기존 시안을 수정해 홍보책자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한화건설은 ‘평환산시 (구)34A’, GS건설은 ‘43형’처럼 두 곳 모두 과거의 평형 기재 방법을 추가적으로 적고 있다. 기존 표기를 함께 쓰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어차피 바뀌기 전이나 후의 차이가 별로 없으면서도 기재 방식만 복잡해졌다는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에 평형을 ㎡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1평당 3.3058㎡를 곱해서 산출해야 한다. 하지만 면적 표기시 소수점 몇째 자리까지 표기해야 해야 하는지, 반올림 여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표기 양식은 106㎡, 105.8㎡, 105.79㎡ 등 제각각이다. 기존에 평당 분양가 역시 1㎡당 분양가와 3.3058㎡(1평)당 분양가로 표기하는 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주부 이명희(34)씨는 “분양단지마다 1㎡당 분양가와 3.3058㎡당 분양가로 표기한 곳들이 섞여 있어 혼란스럽다”며 “1㎡당 분양가로 표기할 경우 분양가가 싸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평당 분양가처럼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개도기간과 가이드라인 없이 새로운 계량형이 도입돼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현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연구팀장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가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아 새로운 도량형 시행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세부 지침 마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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