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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의 'KT렌탈 오토옥션'. 이날 처음 문을 열고 중고차 경매를 시작한 이곳에는 출품된 차를 살펴보는 전국의 중고차 매매업자들로 북적였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동 브로커들도 활기를 더했다.
최근 국내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의 2배 이상으로 급성장하면서 중고차 경매가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KT렌탈이 중고차 경매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30일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 건수는 2009년 196만건에서 지난해 338만건으로 70% 이상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차 시장이 145만대에서 155만대로 정체 상태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가격 책정이 들쭉날쭉한 중고차 소매시장의 낡은 관행과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하면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런 기대감에 힘입어 2001년부터 중고차 경매 사업을 운영해온 현대글로비스에 이어 SK엔카(2011년), 동화엠파크(지난해), KT렌탈이 이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등 업체 간 선점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에 문을 연 KT렌탈의 중고차 경매장 'KT렌탈 오토옥션'은 1회당 1,200대까지 경매가 가능한 전시공간과 500여 석의 경매회장을 갖추고 있으며 동화엠파크는 인천 가좌동에 경매장을 갖추고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중고차 경매시장이 날로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하는 이유는 우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투명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매집한 차량의 외관, 연식, 주행거리, 내부 부품 상태와 차량 하부까지 43개 항목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경매장에 딸린 전시공간에서 차량 밑바닥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외국 딜러들 때문에 허술하게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의 이야기다. 경매에 신뢰를 쌓은 '큰손'들이 등장하면 하루에 750대까지도 낙찰된다. 또 KT렌탈은 360도 회전 촬영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경매 참가자들도 차량 상태를 보다 세밀히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전체 중고차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경매 비중이 10%도 채 안 된다는 것도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그만큼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전체 중고차 거래의 60%가 경매로 이뤄진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일본은 도요타가 직접 운영하는 '도요타 오토옥션'이나 '걸리버' 같은 대규모 업체들이 중고차 거래의 신뢰를 높여 시장을 키우면서 소비자 참여도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국내 중고차 시장은 개인 간 거래가 많아 불투명한 가격 책정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총 30조원, 세계 10위 규모(2012년 기준)인 국내 중고차시장도 점차 선진국형 자동차 경매시장으로 바뀌면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중고차 경매시장이 급증하면서 대기업들이 잇따라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중고차 경매 역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외국인 딜러들이 증가하면서 낙찰가가 높아지는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매로 중고차를 떼어다 파는 매매업자들이 외국인 딜러의 출입 제한을 요청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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