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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미국·유럽·아시아 주가 일제 하락 "후폭풍 얼마나 거세질지…"

■ 글로벌 금융시장 살얼음판

WTI 등 국제유가 급등… 투자가 안전자산으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 등 지정학적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과 호주 국채, 엔화 등 안전자산 가격은 오르고 대다수 국가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투자가들은 여객기 피격 등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극도의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0.94%, 1.18% 떨어지는 등 3대 지수가 1% 내외 하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전날보다 32%나 상승한 14.5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하루 기준으로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날 독일과 프랑스 주가가 각각 1.07%, 1.21% 급락하는 등 유럽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동 등의 지정학적 불안 고조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1.8% 오르는 등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18일 아시아 증시도 코스피지수 0.07%,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0% 떨어지는 등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진정됐던 지정학적 위기감이 다시 커지면서 투자가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17일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7.5bp 떨어진 2.45%로 5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격도 유로화 대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시장 경계감도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앤드루 윌킨슨 수석 시장분석가는 "여객기 피격이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면 서방권의 러시아 제재 강도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국제 투기수요들도 (주식을 파는 등) 즉각 방어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러셀투자그룹의 더글러스 고든 투자전략가는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엄청나게 증폭되고 있다"며 "숱한 불확실성 요인 때문에 시장은 조심스레 다음 수순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자금이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우려가 올 2월부터 이미 증시에 반영됐고 여객기 피격은 돌발 악재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을 제외하면 18일 아시아 증시는 장 초반의 낙폭을 만회하며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중국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가 주택지표 발표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 국제 금 가격도 17일 1.5%가량 올랐다가 18일 소폭 하락했다.

웨스트팩인스티튜셔널뱅크의 숀 캘로 선임 통화전략가는 "미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이미 경고음이 나오고 있었다"며 "(여객기 피격 등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증시의 (하강을 촉발하는) 터닝포인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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