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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색깔로 채운 '어둠' 우왕좌왕 인간군상 보는듯

안두진 개인전 '충돌의 언어'


빛 샐 틈 없는 새까만 방. 허리를 숙여 한가운데 설치된 원통형 설치물 안으로 들어가면 360도로 화면을 꽉 채우게 이어붙인 연작 '지평선'이 펼쳐진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 숲 위로 아득히 지평선이 펼쳐지고 어둑한 하늘은 꿈틀대는 먹구름과 섬광을 일으키는 번개로 가득 차 있다. 관람객은 전망대에 올라선 듯한 '탁 트인' 시야로 주변을 한두 바퀴 둘러 보지만 곧이어 이곳이 '꽉 막힌'공간임을 깨닫는 순간 혼란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 안두진(36)의 개인전 '충돌의 언어'에 전시된 작품이다. 강렬한 형광색 물감을 사용해 장식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작가는 3년의 긴 공백 끝에 연 이번 개인전에서 일명 '번개 시리즈'인 페인팅 신작과 드로잉, 설치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였다. 형광색을 사용하지만 실상 그가 그리는 것은 어둠. 2010년작 '동굴(The Cave)'을 두고 작가는 "인상파가 빛을 그려낸 것처럼 어둠을 붓터치로 눌러 그렸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 신작은 "붓질이 뒤섞여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낭만주의 페인팅을 쓰되 이와 상반된 패턴화된 요소를 함께 등장시켰다"는 설명처럼 한 화면에 비장함과 패턴화된 장식성이 공존한다. 관객이 편안함보다 긴장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다. 종교화를 연상시키는 엄숙한 구도와 탱화를 떠올리게 하는 현란한 색채로 채워진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 날' 등은 해일이나 산불 등 압도적인 존재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는 채 전쟁을 벌이며 우왕좌왕하는 인간 군상을 펼쳐놓아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듯하다. 송은문화재단이 지난해 건립한 송은아트스페이스가 한국작가 개인전을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7월30일까지. (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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