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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정유·화학 주가에 득인가 실인가>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으면서 국내 정유·화학업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커지면서 에너지가격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인데다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파이프라인이 우크라이나를 지난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3일 국제 에너지 가격은 일제히 뛰었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107.2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86달러 올랐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각각 2.13달러와 2.33달러 뛴 111.20달러, 104.92달러에 거래됐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석유제품 가격도 2달러 안팎씩 올랐다.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 정유업체 실적에는 긍정적이다. 급등하기 이전에 사놓았던 원유나 제품 등 재고자산에서 덤으로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기 급락은 재고자산에 평가손실을 가져오며 실적 악화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정유·화학업종 주가의 향배는 단기적인 유가의 방향성과 등락폭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셈이다.

아직 방향성을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가격은 오르는 모습이어서 주가엔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정유·화학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유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이할 수 있으며 보유재고를 우선적으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산유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겼을 때도 유가가 뛰었고 정유·화학업종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혁명(2011년 1~5월)과 시리아·이집트 사태(2013년 4~9월) 때 각각 WTI 유가는 32.9%, 24.7% 상승했고 국내 증시의 KRX 에너지·화학업종 지수는 28.3%, 8.3% 올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선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단기적으로 유가가 오를 것이며 이에 따라 마진과 제품가격도 반등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반해 유가가 하락할 것이며 정유업종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쟁으로 원유가격은 단기간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러시아를 비군사적으로 압박할 때 원유가격 약세를 활용했다는 이유에서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와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에 선행된 것도 유가 급락이었다는 것이다. 2008년 러시아-조지아(그루지야) 간의 전쟁 기간에도 원유가격이 배럴당 7달러 하락했다는 사례도 들었다.

에너지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유가 하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의 약점을 이번에도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양 연구원은 “유가 하락 구간에서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생기고 정제마진이 축소돼 정유업종의 이익 모멘텀은 약화한다”며 정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화학업종의 경우 유가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선우 연구원은 “정유업종과 달리 화학업종은 단기적인 유가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단 4일 증시에선 에너지·화학 업종 지수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오전 11시10분 현재 코스피지수가 0.31% 하락했지만 화학업종은 0.04% 내리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선 낙폭이 적었다. KRX 에너지·화학 지수도 0.01% 하락에 그쳤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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