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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학자금에 저당 잡힌 청춘

저임금층 20%가 대졸 취업해 월급 받더라도

대출이자 갚으면 빈손… 결혼 등 미래 꿈 못꿔

"학비로 다른 일 할 걸" 대학무용론까지 고개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 2년차 안모(27)씨. 졸업 뒤 인턴·비정규직을 전전한 탓에 현재 월급은 150만원 수준이다. 안씨와 달리 전문대를 나와 대기업 생산직에 입사한 동생은 240만원의 월급으로 2년여 만에 3,000만원을 모았다. 아직도 학자금 빚이 남았다는 안씨는 "2년간의 등록금과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클 것"이라며 "등록금 4,000만원으로 차라리 다른 일을 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교육이 빈곤을 벗어나는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20대 청년들 사이에서는 열패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무용론'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대졸자의 구직여건이 인턴·비정규직 등으로 하향 평준화되며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더 이상 고임금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인문계열 졸업생의 경우 공채 대신 인턴제 상시채용을 정례화하는 등 초기 취업시장에서 대졸자의 인턴·비정규직화는 이미 일반화됐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저임금 근로자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체 저임금 근로자 중 대졸 이상 비중이 지난 2007년 17.1%에서 올해 21.6%로 4.5%포인트 급증했다. 저임금 근로자는 월 소득이 127만원 미만인 이들로 저임금 계층의 20%를 대졸자가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대졸자의 임금은 이미 전문대 졸업생에게 추월당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자의 초기 월평균 소득은 202만원으로 4년제 대졸자(207만7,000원)보다는 낮았지만 4년제 지방대학 대졸자(196만7,000원)보다 높았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7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8%(593명)는 '대학 입학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휴학생 박모(25)씨는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에 매달렸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며 "취업문을 뚫는다고 해도 박봉에 시달릴 텐데 대체 무엇을 위해 달려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용여건의 악화는 학자금대출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며 청년층을 '빈곤의 굴레'로 내몰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대학 졸업생 2,4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4%(684명)가 평균 1,465만원의 학자금대출을 받았고 이 중 51.0%는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8학기 등록금 전부를 학자금대출로 충당했다는 이모(26)씨는 "월급이 들어오는 족족 학자금 상환으로 빠져나가 모은 돈이 거의 없다"며 "남자 친구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자금 빚과 저임금의 덫에 빠진 청년들은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며 '계층 하락'의 수순을 밟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국 20~34세 청년 중 지하·옥탑·고시원이나 화장실·부엌 등이 없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14.7%(138만여명)였다. 특히 서울의 주거 빈곤율은 36.3%에 달하며 서울 전체의 주거 빈곤율(20.0%)을 크게 상회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구직시장에서 경력자 등에 밀린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놓는 양상"이라며 "일본처럼 집 밖에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나 평생 직업을 갖지 않는 '니트족'이 일반화되기 전에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se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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