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로봇이 원하는 모든 것을 대신 해 준다. 살인이든 마약흡입이든 사랑이든 어떤 일이든 상관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갖추면서도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계적 능력을 갖춘 대리로봇이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나'로 돌변해 세상을 활보한다. 과거에는 감춰야만 했던 욕망마저도 과감하게 해소(?)하면서도 세상에는 단 한 건의 범죄도 발생하지 않는다. 고통도 없다. 꿈 같은 세상이 다. 어느날 15년 만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써로게이트'의 줄거리다. 미래를 내다볼 때면 흔히 SF영화를 예로 들곤 한다. 그 속에 등장하는 기술이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 꿈꾸는 대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1970년대 이미 네트워크 사회를 예견했던 미래학자 제임스 마틴이 21세기에 벌어질 변화의 물결을 짚어냈다. 21세기를 '대격변의 세기' 혹은 '극단의 세기'라고 부른다. 수많은 기술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란이 지나칠 만큼 빠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저자는 지금 인류가 뗏목을 타고 강의 하류를 지나 협곡을 지나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협곡이 가까워질수록 물살은 더욱 빠르고 거칠어지면서 요동친다. 일각에서 바라보는 인류의 미래는 다소 암울해 보인다. 지구의 인구가 89억에 육박하지만 막대한 인구를 먹여 살릴만한 능력은 점점 줄어들며, 물을 비롯한 천연자원이 고갈되는 위기를 겪게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인류가 종말을 향해 내닫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21세기가 인류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이행기(移行紀)라고 정의하며 심각하게 대두될 문제들을 예상하고 이를 해결해 내야만 순탄한 미래가 보장된다고 말한다. 책은 인류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천연자원ㆍ인구폭발ㆍ식량부족 등 전 지구적인 문제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빈국의 문제를 거론한다. 최빈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도 지구를 함께 쓰는 인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기술에서 찾는다. 10여년간 나노테크놀로지, 로봇기술, 초광대역 네트워크, 재생의학, 상상을 뛰어넘는 컴퓨터화 된 지능 등 경이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게 된다.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 열발산 문제로 상용화하지 못한 나노테크놀로지가 2035년경이면 해결돼 컴퓨터가 인간의 뇌보다 100만배 이상 빨라진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도 화석연료를 대체한 청정 에너지 양산이 본격화 해 파괴된 생태계가 천천히 원상태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써로게이트의 살인범은 대리로봇을 만든 과학자의 아들 즉 인간이다. 범인을 잡으러 나선 형사 역시 인간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를 사용하는 인간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달라진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거듭된 퇴보로 파국을 맞을 것이냐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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