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들이 투자자산 가운데 부동산을 줄이고 현금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세계적 고금리 기조와 증시약세,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진 최근 6개월간 '현금 비중'이 급격히 높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 불안할 땐 '현금이 왕'= 전통적으로 경제가 불안할 때 부자들이 즐겨쓰는 방법이 '현금확보'다. 20일(현지시간) HSBC 은행은 700명의 투자전문가와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현금이 중요한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Cash is growing in importance for affluent investors)'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자산으로 보유한 거액 투자자들의 3분의 1 가량이 올들어 현금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 비율(12%)보다 대략 8%포인트 정도 많은 수치다. 또 백만장자 가운데 58%는 앞으로 현금 비중 확대를 적극 고려(actively considering)하고 있다. 이 같은 거액 투자자들의 현금 선호 경향은 최근 6개월 사이 부쩍 증가했다. 또 투자자문 전문가들도 70%가 현금 보유 비율을 두 배로 늘릴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TNS 파이낸셜 서비스도 2005년 백만장자들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50%에서 40%로 크게 줄었으며, 최근 1년 사이 백만장자들이 투자 부동산을 대거 처분 했다고 발표했다. 언스트앤영(E&Y)의 한 분석가는 "최근 부자들의 기도문은 '현금이 왕'"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는 세계 경제 부동산 버블 붕괴와 경기 하강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금리 높아져 현금투자가 주식ㆍ채권 보다 낫다= 경제불안 요인에 더해 고금리로 '현금의 힘'이 커진 것도 백만장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 중앙 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반 은행상품의 금리 상승마저 부추길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으며 실제 고금리 상품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 예금은 최고금리, 수수료 감면 혜택, 손쉬운 입출금 등의 장점으로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피터 크레인 HSBC 현금투자 전문가는 "최근 현금성 자산 수익률이 5%로 높아져 웬만한 주식과 채권투자 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케빈 뉴만 HSBC 개인 금융부문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꽃필 수 있는 혁신적인 형태의 현금 투자 방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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