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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가스분쟁과 러시아의 위치

파이낸셜타임스 1월 5일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은 조속하게 타결됐지만 유럽의 에너지 안보 위기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록 세부적인 협상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보다 더 많이 양보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에 현재 가격보다 90% 오른 1,000㎥당 95달러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기로 했다. 러시아는 자회사를 끌어들여 당초 제시했던 1,000㎥당 230달러에 가스를 파는 것으로 체면을 세웠다. 이번 협상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원을 무기화했을 때 러시아가 가질 수 있는 위력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스 공급을 중단시켜서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모욕했고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슈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벌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국가로서의 위치에 대한 전세계적인 우려와 의문을 낳게 했다. 또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송유관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유럽행 송유관 통과료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이번 분쟁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기회를 잡았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랐지만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러시아에 정치적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질수록 가스를 제공하는 러시아의 눈치를 볼 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번 가스분쟁은 에너지 공급 루트가 다변화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의 가즈프롬 자회사는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 아시아 국가들에서 매우 싼값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것으로 가격 손해분을 벌충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부당한 처우에 반발하며 가즈프롬을 제외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공급 루트를 개발하는 데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전세계는 러시아가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이번 분쟁을 통해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불투명한 거래와 협상 방식을 고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방식은 국제 사회에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것임을 일깨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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