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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美 의료보험 개혁은 오바마 국정능력 시험대"

"전국민 의보시대 열어 복지후진국 불명예 씻자"<br>공영보험 확대·고소득층에 5.4% 부가세 추진에<br>"稅부담 가중" 공화당등 반발 커 성패여부 미지수

한시민 운동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 의사당 앞에서‘메디케어 44주년’ 을 맞아 환자 복장을 하고 엉덩이 모형을 부착한 채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의 등 뒤에 부착된‘HR 676’ 은 의회에 제출된‘국민 모두를 위한 국가의료보험제도’ 법안의 등록번호를 뜻한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세계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G2 국가'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공통점은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높은 의료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접근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체 13억 인구중 15% 정도인 2억여 주민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미국도 3억 인구 중에 비슷한 수준인 5,000만명이 의보 수혜의 사각지대에 있다. 두 나라 모두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의료복지 수준은 형편없이 낮은 '복지 후진국'인 셈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에 채찍을 가하는 것도 이런 불명예를 씻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보수적인 정치권은 오바마의 의보 개혁 시도를 '사회주의적'이라 비판하고 있고, 실제로 여론 조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의보 개혁으로 세금 부담이 높아지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의 의보 개혁이 실패할 경우 금융개혁법안, 기후변화법안 등과 함께 3대 국정 아젠다의 연내 처리를 발판으로 내년 중간선거의 승리를 목표로 삼는 오바마의 정치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전국민 의료보험 체계가 없는 유일한 선진국 =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유일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체계를 갖추지 못한 나라로 꼽힌다. 현재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de), 고용주가 지원하는 직장보험과 순수 민간보험 등으로 이뤄져 있으나 6명중 1명 정도인 5,000만명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가운데 건강보험 미가입자 비율이 16.0%로, 1년 6개월 전인 작년 1월의 14.8%보다 1.2%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 비율은 히스패닉과 낮은 연령대, 저소득 계층에서 높다. 특히 히스패닉들 가운데 미가입자 비율은 무려 41.5%나 됐다. 연소득 3만6,000달러 미만의 저소득 계층에서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28.6%였고 18~29세의 연령층에서도 건강보험 미가입자 비율은 27.6%나 됐다. 보험회사, 제약회사, 병원 등 의료시스템이 민간에 온전히 맡겨져 있다 보니 미국인들의 의료비 부담은 삶의 질마저 악화시킬 정도다. 지난 2월 올해 미국인 성인 1인당 평균 의료비는 지난해보다 356달러 오른 8,16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험없이 병원에 가면, 우리 돈으로 감기 한번에 10만원, 맹장염 수술 1,000만원, 앰블런스를 불러 응급실에 가 외과수술을 받고 열흘간 입원했다면 1억원, 이런 식이다. 하버드 법대와 의대 등 4개 대학 연구팀이 최근 의학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개인파산의 60% 이상이 의료비용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6년만에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 오바마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 열 터" = 오바마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의료보험 개혁은 현재 의료 보험이 없는 이들에게 추가로 의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7월 오바마와 민주당이 마련한 개혁안은 ▲정부가 보조하는 공영보험(메디 케어+메디케이드)을 확대, 현재의 미 가입자들을 포함한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고, ▲민간보험과 공영보험간 경쟁을 유도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오바마 정부는 의보개혁에 향후 10년간 1조달러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기존의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등에서 보험 사기나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고 고소득층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줄여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연간 35만 달러 이상의 중산층이나 또는 10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최고 5.4%의 부가(소득)세를 새로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과 민주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 보험업계, 의료계 등은 이러한 의료보험 개혁안이 세금 인상과 재정적자를 누증시키고 민영보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의보개혁안이 통과되면 부유층의 조세부담률은 최고 47%로 올라, 1986년 조세개혁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최근 "대통령이 경제를 위협하고 보장 내용도 줄어드는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주의적인 것이며 공화당은 환자와 의사가 결정하는 열린 건강보험 체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 오바마 개혁 순항, 의료보험 성패에 달려= 현재 민주당은 상ㆍ하원 모두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어 집안 단속만 잘 할 경우 오바바의 의보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단독 처리보다는 초당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의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휴가철이 낀 8월을 넘겨 오는 9월말까지 법안의 주요 내용을 확정짓고 연말까지 기후변화법안, 금융개혁법안 등과 함께 의회 처리를 마무리짓겠다는 구상. 오바마의 이 구상이 실현되면 내년 10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또 다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오바마는 여세를 몰아 2011년에 이민자 문제, 에너지 개혁, 미국 경제 구조개혁 등 광범위한 개혁 어젠다들을 질풍노도처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 의료보험 개혁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이 같은 일정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뉴스가 지난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따르면 36%는 의료보험 개혁을 긍정 평가한 반면 약 42%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월의 32%보다 10%나 더 늘어난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의료개혁 법안의 통과 여부는 오바마가 워싱턴 정가를 길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대"라면서 "최우선 국정 과제중 하나인 의료개혁법안의 성패는 향후 그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메디 케어(Medicare)는 1965년 미 연방정부가 만든 공적 의료보험으로 처음에 65세 이상 고령자들만 대상으로 하다가 그후 장애인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근로자들과 고용주들이 지불하는 근로 소득세의 일부로 재정이 충당된다. 메디케이드(Medicaid)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 정부에서 관장하는 공적 의료보험으로 메디케어와 함께 공공의료 보험의 축을 이룬다. 이 밖에 일반인들은 민간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직장 의보나 사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여기서 이탈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해고된 실업자 등이 대거 의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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