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은 미래사회의 위험신호입니다. 조기교육에 적합한 과학기술 분야를 발굴하고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시급합니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공계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과학재단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아덴 베멘트 미 국립과학재단(NSF) 총재는 "이른 시기에 이들에게 과학과 수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한국 정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는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NSF는 미국 내 주요 기초과학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담하는 정부기관으로 올해에만 우리나라 전체 국가 R&D 투자액(9조7,000억원)의 60%에 달하는 5조9,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대규모 조직이다. 베멘트 총재는 "미국의 경우 어린 아이들이 수학이나 과학에 대해 갖는 방대한 호기심과 잠재적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제도권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이 줄어드는 문제를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한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정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어떤 식으로 배양할지, 교육 효과는 어떻게 평가할지,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교육을 시킬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베멘트 총재는 최근 수 년 사이 급속히 성장한 한국의 과학기술력에 대해 "아웃풋(산출물)과 아웃컴(최종결과)간 차이점이 무엇인지, 얼마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R&D 예산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관련 정부 조직이 비대해질 가능성에 대해 그는 "정부 산하기관들이 보다 협력을 강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간 상호작용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방식으로 조직 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베멘트 총재는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특정 국가가 기술적 우위를 갖거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 무엇인지를 정의 내리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며 "글로벌 사회에서 협력을 이루지 못하는 국가는 낙오하고 그 반대의 국가는 과학기술 리더 국가들 중에서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즉 협력을 해야 경쟁도 가능한 시기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이 지역적 관점과 세계적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