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으로 가격 폭락·유통업체 사재기로 공멸 불러<br>금융위기까지 겹쳐 고사위기… 한국인 관광객 발길도 '뚝'<br>정부 5,000만위안 지원·국가표준화 추진등 회생 안간힘
| 푸얼차 주산지인 중국 남서부 윈난성 멍하이현의 차밭. 이 곳의 푸얼차 공장은 투기광풍의 정점이었던 지난 2007년 200여개에 달했으나 이후 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에는 10여개만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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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전 중국 대륙을 투기광풍 속으로 몰아갔던 푸얼차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베이징 최대 차 시장인 마롄다오에도 한파가 몰아닥쳐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등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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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의 최대 차(茶) 시장인 마롄다오(馬連道). 지난달 28일(일) 오후 기자가 찾은 이 곳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차향(茶香)으로 가득했으나 휴일이 무색하게 손님들의 발길은 뜸했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물건을 사러 온 사람 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수한 점포들을 돌아보며 상인들에게 '장사 잘 되느냐'고 묻었지만, 한결같이 "요즘 장사가 정말 안된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난 2006~2007년 중국 대륙을 투기의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푸얼차(普이<삼수변+耳>茶ㆍ한국명 보이차)의 거품이 꺼지면서 차 애호가들로 북적이던 마롄다오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푸얼차 시장 고사위기= 요즘 중국 푸얼차 산업은 거품붕괴를 넘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현지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푸얼차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투기광풍이 몰아치면서 평소 1kg에 250위안 정도였던 고차잎(古茶葉) 가격이 한때 800위안(약 15만원)선까지 치솟았다가 2009년 6월 현재 180위안(3만3,500원) 안팎으로 급락했다.
푸얼차의 생산현장도 고사직전의 상황이다. 푸얼차 주산지인 윈난성 멍하이(海)현의 푸얼차 공장은 투기광풍의 정점이었던 지난 2007년 200여개에서 지난해 40여개로 급감한데 이어 최근에는 10여개만 남았으며, 수많은 푸얼차 생산공장의 도산으로 도처에 차밭이 버려지는 등 근근히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 업계 상인들은 윈난성 푸얼차 광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푸얼차 생산 공장들이 앞다퉈 과잉생산에 나서고, 중간 유통업체들이 사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푸얼차산업 전체가 결국 공멸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마롄다오에서 13년째 초의다실을 운영하고 있는 양광준 사장은 "푸얼차에 대한 투기광풍이 불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차 공장들이 된서리를 맞았다"면서 "거품 붕괴의 끝물까지 남았던 푸얼차 업자들은 대다수가 도산했거나 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 마롄다오 최악의 불경기 맞아= 그러다 보니 베이징 최대의 푸얼차 집산지인 마롄다오도 사상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다. 푸얼차와 차 용품 등을 판매하는 이쥐치(一局棋))차문화센터의 장리위(江麗玉) 주임은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고, 주말에도 수 십 명에 불과할 정도로 불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마롄다오의 불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마롄다오의 중심에 위치한 마롄다오차청(茶城)의 한 상인은 "푸얼차 투기열풍으로 인한 상처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면서 "푸얼차의 베이징지역 본부라고 할 수 있는 윈난(雲南)성 계열의 '푸얼차두(都)'라는 업체까지 최근 보따리를 쌌다"고 전했다.
마롄다오에서 수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가오(高) 사장은 "예년의 경우 휴일이나 명절이면 점포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손님이 한 사람도 없는 날도 있을 정도로 불경기가 심하다"면서 "푸얼차 시장은 완전히 엄동설한을 맞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푸얼차 광풍 때 마롄다오에 북적였던 한국인들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사계차향(四季茶香)이라는 점포를 운영하는 조선족 김화순 사장은 "푸얼차 거품 붕괴에다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마롄다오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푸얼차 시장과 마롄다오의 동반침체는 공급과잉과 더불어 유통과정에서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양 사장은 "지난 2006년 푸얼차 투기열풍이 불면서 중간 유통상의 사재기를 통한 폭리가 심해지고, 생산연도를 속이는 일이 많았다"면서 "푸얼차 유통에 대한 신뢰의 붕괴가 푸얼차 시장 위기를 깊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 정부, 푸얼차 살리기 총력= 이에 중국 윈난성 정부는 푸얼차 산업의 회생을 위해 5,000만위안(약 94억원)의 긴급 구제자금을 투입하는 등 푸얼차 살리기에 나섰다.
KOTRA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윈난성은 우선 푸얼차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에 나서는 한편, 제조 및 생산 등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을 통해 푸얼차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윈난성은 또 푸얼차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판매시장을 기존의 주강삼각주지역 위주에서 동북 및 서북지역까지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신제품 개발, 가공기술 능력제고, 업계 구조조정 등 푸얼차 회생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푸얼차의 국가표준화에 착수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국가질검총국과 국가표준위원회는 작년 12월 'GB/T 22111-2008 국가지리표준 푸얼차'를 발표해 푸얼차의 차나무, 원산지, 원료 규격, 가공 공예, 품질 특징 등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했으며, 보이차의 지역보호범위를 윈난성 푸얼시와 시솽반나(西雙版納)주, 린창(臨滄)시, 쿤밍(昆明)시, 다리(大理)시 등 11개주(시)의 75개현(시, 구) 및 관할지 639개의 향진으로 획정했다.
중국차 유통협회의 우시돤(吳錫端) 부회장은 "최근 2년간 푸얼차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푸젠(福建), 광시(廣西), 구이저우(貴州)에서부터 미얀마와 베트남 등지의 기업들이 푸얼차 가공에 뛰어들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면서 "지난해 거품붕괴 이후 이들 업체가 대부분 정리됐지만 유사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푸얼차와 관련된 국가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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