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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황우석의 적은 내부에 있다
입력2005-11-18 16:40:43
수정
2005.11.18 16:40:43
최수문 기자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의 푸념 섞인 말이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난자 채취 등 윤리 문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것이므로 그것을 기다린다는 말이다. 당장 정부에서는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은 어떤 내용을 밝힐까. 어떤 결과라도 향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것이 없을 경우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 선언과는 상관없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해서 연구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혹 일부 처벌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반성과 함께 말이다.
황 교수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그의 줄기세포 연구는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 혁신체제의 ‘살아 있는 상징’이다. 혁신 성과를 나타낸다. 법과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황 교수가 꼭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몇 년 새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놀라운 업적과 개인적인 매력이 합쳐진 결과다. 과거 IMF 환란시절 박세리 선수가 골프로 우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면 현재 황 교수는 과학자로서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황 교수가 계속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이 줄어야 한다. 연구자는 연구를 하도록 내버려두자. 더 나아가 과기 예산의 배분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황 교수팀에 투자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의 불평이 적지 않다. 황 교수로서는 오히려 외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다른 줄기세포 연구자나 타 분야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가 외적에 망하기 앞서 안에서부터 먼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일부의 추측처럼 섀튼 교수 쪽에 고자질한 것이 한국인일 수도 있다. 이는 내부에서 분란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한미간 줄기세포 전쟁이 시작됐다며 투자를 더욱 늘리고 윤리 논쟁은 삼가자는 주장은 이런 내부 반발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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