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건축을 시대의 삶을 담는 그릇이요, 시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거울이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고 말한다. 옳은 말 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건축 문화는 국가경쟁력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문화는 그 나라의 소소한 생활환경, 행동양식에서부터 시대 가치와 이념, 나아가 그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까지 모두 아우르는 총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인들은 중동의 두바이를 더 이상 사막의 불모지 위에 오일 파이프가 얽혀있는 원유 생산도시로 기억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기술로 지어진 초고층 빌딩과 최고급 호텔, 세계 무역과 금융거래의 최첨단 도시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 한 여론기관에서 실시한 건축문화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건축문화에 대한 만족도는 선진국 대비 63% 수준이었다. 시민들은 건축 환경과 도시경관에 대한 만족도를 보통 미만(2.82,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했다. 또 거주하고 있는 도시 경관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한국 고유의 특색이 없다(국 적불분명)' '자랑할 만한 건축물이 없다(랜드마크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적불명, 천편일률, 부조화'라는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 조사결과다. 이처럼 국민 스스로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우리 건축문화의 수준은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 결여로 이어질 수 있다. 선진국 일수록 공통적으로 문화강국이며 문화강국의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가 건축도시환경이라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우리는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겪으면서 양적 팽창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예술적인 수준과 문화적 품격이 높은 건축과 도시공 간을 만드는데 소홀했다.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극복의 노력이 없다면 건축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한 길이 될 것이 다. 그러나 최근 삶의 질과 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문화 발전을 정책적으로 독려하기 좋은 사회 환경이 조성 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정부는 건축문화 진흥을 위해 지난 2007 년 12월 '건축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본격 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중장기 건축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건축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건축 디자인 강국의 밑 바탕이 될 '국가건축디자인기준' 제정도 마무리 하고 있다. 한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옥기술 연구 개발과 더불어 제도 개선, 예산 지원, 한옥마을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지원을 통해 건축문화 진흥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가장 빨리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앞으로 건축문화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에서도 큰 저력으로 발휘될 수 있다. 특히 과거처럼 양적 성장에 치우쳐서 후대에 물려줄 건축문화를 꽃피우지 못한 채 국가경쟁력의 완성을 늦추는 실수를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지난 수십년동안 건축문화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새로운 문화경쟁력의 토대 를 마련해왔다. 사회 각계각층에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왔으며 건축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건축문화대상' 이 단순한 공적을 치하하는 시상의 의미를 넘어 우리나라의 건축문화를 대표하는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자 건축문화강국의 수준을 스스로 가늠하는 척도의 역할로 거듭 나야 할 것이다. 건축문화가 우리나라의새 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수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으로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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