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즉 기독교인들)은 진정한 신을 섬기며, 이 신은 유럽인들이 전면에 서도록 내내 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백인들은 유전적으로 다른 인종 집단보다 우월한 특성을 갖고 있다 ▦ 유럽의 자연환경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뛰어나다 ▦유럽인들은 아주 오래 전에 비길 데 없이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문화를 창조해 냈다. 르네상스를 주도하면서 세계를 손아귀에 쥔 유럽의 주류 학자들이 내세우는 유럽 중심적 역사관의 사례들이다. 19세기말 20세기 초 사이 과학적 사회학의 기틀을 놓은 학자로 사회학의 시조로 불리는 막스 베버는 유럽인은 합리적이고 다른 인간 집단들은 비합리적이었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는 데 학자로서의 평생을 바쳤으며,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로버트 브레너는 유럽에서 일어났던 투쟁이 세계사 변화의 실질적인 결정인자라고 언제나 주장했다. 이 같은 논리는 500여년간 세계사 연구의 중심이 돼 왔으며, 세계 역사 교육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해 해 온 미국의 역사학자 제임스 블로트가 유럽 중심적인 주류 역사학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자는 오직 유럽만 부단히 진보해 왔고, 다른 지역은 유럽인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전파된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세계사의 거대 담론에 날선 비판을 가한다. 그는 1500년 이전까지 다른 지역과 비슷한 발전을 보였던 유럽이 16세기 이후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아프리카라는 비옥한 토양으로부터 들어온 식민지의 부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막스 베버 등 유럽중심적 주류 학자들의 저술에 숨어있는 유럽중심적 억지 논리와 방법론적 결함을 조목조목 찾아낸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동안 은근히 주눅들었던 유럽의 우월함이라는 명제가 치명적인 결함에 쌓여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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