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는 최근 골프장 안팎 생활을 물 흐르듯 즐기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다. 10여년 전부터 '천재소녀'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그는 그러나 무리한 남자대회 출전과 대학생활 병행 등으로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셸 위가 완벽주의에 스스로 발목 잡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적도 실망스러웠다. 지난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2013년까지 5년간 2승이 전부였다. 그랬던 미셸 위는 지난 한 해만 2승을 거뒀다. 4월 고향 하와이에서 우승 가뭄을 끝내더니 6월 US 여자오픈에서 '나 홀로 언더파' 스코어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앞서 또 다른 메이저대회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했다. 미셸 위는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현실을 인정하고 즐기기로 했더니 성적도 따라왔다"고 했다. "다시 골프와 사랑에 빠졌다"고도 했다.
26일 태국 촌부리 시암CC 파타야 올드코스(파72·6,548야드)에서 개막한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도 미셸 위는 여전히 골프와 연애 중인 것 같았다. 드라마 출연과 관련한 질문에 "다음에는 방화범 같은 악당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농담했고 컨디션에 대해서는 "내 리듬을 찾았다"며 밝게 웃었다. 미셸 위는 코스 밖에서는 형광 소재의 은색 백팩을 메고 학생 같은 발랄한 모습으로 대회장을 돌아다녔다. 지난해 US 여자오픈 트로피에 안전벨트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갔던 그는 트로피의 안부를 묻자 "집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놓았다"고 했다. "가장 하고 싶던 게 US 여자오픈 우승이었으니 지난해는 골프인생 최고의 해였어요. 스스로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가장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대회는 여전히 US 여자오픈이에요." US 여자오픈 2연패를 올해 목표로 밝힌 그는 "태국에 올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다. 음식도 맛있고 마사지 받는 것도 즐긴다"며 이번 대회 성적에 자신감도 드러냈다. 혼다 타일랜드는 여섯 번째 출전인데 이번 코스 상태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번이 올 시즌 세 번째로 출전하는 대회. 개막전을 공동 24위로 마친 미셸 위는 바하마 클래식에서는 목구멍 염증에 시달린 끝에 컷 탈락했다.
미셸 위의 적은 부상과 질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잘나가다 오른손 검지 부상 탓에 한동안 쉬어야 했다. 현재는 "너무 많이 스윙하면 조금 아픈 정도라 괜찮다"고 했다. 미셸 위도 자신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꾸준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맞아요. 무엇보다 부상 없이 대회에 출전해 꾸준하게 잘 치는 게 저한테 가장 중요해요." '언제쯤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미셸 위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도 미셸 위는 "언젠가는 1위가 될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며 "그러려면 꾸준함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계 5위다.
미셸 위는 2013년부터 허리를 90도로 굽힌 'ㄱ'자 퍼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낯선 자세라 한동안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 프로암 때도 미셸 위 동반자들은 ㄱ자 퍼팅을 휴대ㅍ폰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미셸 위는 "ㄱ자 퍼팅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이블 톱' 퍼팅이라고 한다"며 "부작용은 없다. 오히려 그전의 자세로는 허리가 아팠는데 지금 자세에서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미셸 위는 세계 3위 스테이시 루이스와 함께 미국여자골프의 양강이다. 둘은 같은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지도받는 플로리다주 주피터 이웃이기도 하다. 루이스는 "미셸 위와 나는 거의 같은 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같이 운동하면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데 우리 둘 모두의 골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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