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은으로 도금한, 금보다 은이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 제21 왕조의 파라오 프수센네스 1세의 무덤이 1940년 발견됐다. 특이했던 점은 파라오의 미라가 담긴 관이 그동안 박물관에서 봐온 이집트 금관이 아니라 은관이었다는 점. '영향력 없는 파라오였겠거니' 생각한다면 큰 실수다. 지금에야 금이 은 가치의 70배에 달하지만,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에선 은이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이집트는 금 제련에 성공해 금을 자체 생산할 수 있었지만, 은은 소아시아로부터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관이나 유물들도 대부분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학자들은 "은관의 주인 프수센네스 1세가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인류를 석기 시대에서 벗어나 진일보하게 해준 금속. 이 금속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세계사를 움직였는지를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정리했다. 로마 황제의 얼굴이 가치가 낮은 구리 동전에 새겨진 까닭과 인류가 납 때문에 멸망할 위기를 넘긴 사연, 조선이 개발한 은 제련법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비극,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것은 주석 단추 때문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등 책은 구리·납·은·금·주석·철·수은 등 7가지 금속을 소개하며 이들이 바꾼 세계사를 써내려간다. 풍성한 사례와 시각 자료가 책의 흥미를 더한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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