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미 서부 29개 항만의 노사갈등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 등 기업들의 손실이 본격화하고 있다. 항만폐쇄로 인한 손실이 하루 20억달러에 이르자 그동안 개입에 유보적이었던 백악관이 중재를 위해 노동장관을 현장에 급파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혼다자동차가 서부항만 기능 마비로 아시아로부터의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6일부터 미국 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혼다는 우선 23일까지 미국 오하이오·인디애나,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의 생산을 줄이기로 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혼다 관계자는 "전장 및 트랜스미션과 관련한 몇몇 핵심부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북미에서 연간 약 200만대를 생산하고 있는 도요타도 물류대란에 따른 부품부족으로 일부 공장에서 잔업을 중단했다. 다급한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십배의 비용을 부담하며 필요한 부품을 항공편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사용자 측인 태평양선주협회(PMA)와 노동자 측인 서부해안항만노조(ILWU) 간 노사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빚어졌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평일 작업시간을 줄이고 1.5배 이상의 초과 근무수당이 지급되는 휴일과 야간근무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태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주협회 측은 지난 7~8일에 이어 13~16일에도 하역과 선적을 중단시키며 주말근무를 막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항만 마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입 기업과 제조업·소매업체들의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농산물 수출업체와 소매품 수입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중소 무역업체인 스펙트럼 브랜드는 물류차질로 인한 분기손실이 2,00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상업부동산 개발업체인 CBRE그룹은 서부지역 항만을 폐쇄할 때마다 하루 2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CBRE의 쿠르트 스트라스만 전무는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적 파장은 서부지역뿐 아니라 미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그동안 노사 간 자율협상을 강조하며 한발 물러나 있던 백악관도 적극 개입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항만 마비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우려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노사 간의 빠른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톰 페레스 노동장관을 캘리포니아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2002년 항만폐쇄 사태 때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태프트하틀리법'을 발동해 10일 만에 강제로 항만을 정상화시킨 바 있다.
현재 노사 양측은 장기간의 협상 끝에 임금인상과 건강보험 등에 대해서는 합의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개약시 중재자 고용 방식에 대한 이견이 최대 걸림돌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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