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팡팡 전 JP모건 중국 투자은행 부문 대표와 그의 상사였던 개비 압델누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이 주고받은 e메일을 공개했다. 이 e메일에서 팡 전 대표는 "중국 상무장관 가오후청이 자신의 아들인 가오주가 JP모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오래 시간 설명했다"며 "그가 자신의 아들 가오주가 JP모건의 후원으로 H1-B비자(미국에서 특정기간에 외국 전문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오 장관은 아들이 JP모건에 채용돼 비자를 받을 수 있다면 "JP모건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팡 전 대표는 e메일에서 JP모건을 도울 수 있다는 가오 장관의 말을 언급하며 "몇몇 경우에는 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e메일에는 가오주를 인터뷰했던 임원(매니징디렉터)의 평가도 들어 있다. 그는 가오주에 대해 "내가 봤던 채용후보 중 최악이었다"라고 말했다.
WSJ가 입수한 내부 e메일에 따르면 가오주의 채용에는 전 미 상무장관 비서관이자 당시 JP모건 임원이었던 윌리엄 데일리도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WSJ는 "입수한 e메일을 보면 2006년 7월 데일리가 가오후청을 만난 뒤 JP모건 사람들은 데일리가 가오주의 취업을 지원한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2006년부터 비공개로 '아들과 딸' 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중국 고위층 자녀를 특별 채용했으며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광다그룹의 탕솽닝 회장 아들을 채용한 후 광다그룹 산하 광다은행의 자문사를 맡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JP모건의 '채용장사'가 꼬리를 드러낸 것은 2013년 8월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고 JP모건이 채용 대가로 각종 이권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팡 대표가 사임했고 몇몇 고위층 자녀들은 JP모건을 떠났다. SEC의 조사가 마무리되고 고위층 자녀 채용의 대가로 JP모건이 사업상 특혜를 받았다면 이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위반돼 벌금을 물게 된다.
가오주 역시 JP모건을 떠난 상태다. 2009년 가오주는 JP모건을 떠나면서 팡 대표에게 "삼촌, 내 예상보다 빨리 회사를 떠나는군요"라는 메일을 보낸 후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겼다고 WSJ는 전했다.
로이터는 JP모건이 중국 톈샤화학·광다은행 등에 이어 상무장관 자녀 채용 의혹까지 불거져 아시아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직에 있는 가오 부장이 거론된 만큼 중국 정부에서도 강력한 조사와 처벌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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