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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져 더 아름다운… 나전칠기 '역설의 미학'

■ 호림박물관 기획전

나전조각 깨뜨리는 타발법 사용… 빛 난반사로 영롱한 색 만들어

안경집 등 목공예 유물도 전시

17~18세기 유물인 ''나전대모모란당초문옷상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세기 유물인 ''나전포도문옷상자''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제공=호림박물관

소라 나(螺)자에,비녀장식 전(鈿)자를 쓰는 '나전'은 나무 표면에 새긴 무늬를 따라 전복이나 소라껍질을 붙이고 옻칠로 장식하는 전통 목공예 기법이다. 우리나라 나전칠기는 통일신라 때도 성행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하는 유물이 없고, 화려함과 정교함이 절정이던 고려의 나전칠기도 남아있는 게 10점 안팎으로 매우 적다. 다행히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유행하고 조선 후기에는 대중적으로 사용 계층이 확대되면서 상당수 나전칠기가 남아있어, 우리 눈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이 이들 귀한 유물을 모은 '조선의 나전-오색찬란'전을 오는 14일 개막한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이후 이 같은 대규모 나전칠기전이 서울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새까만 옻칠 위에서 빛나는 무지개색 나전장식은 식견의 유무와 상관없이 탄성을 자아낸다. 16~17세기의 '나전연당초문옷상자'나 17~18세기 '나전대모모란당초문옷상자' 등을 보면 나전장식이 단순, 간결하면서도 반복적인 문양으로 체계를 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개 하나하나를 더 들여다보면 마치 도자기의 빙렬(표면이 얼음 갈라지듯 쪼개진 무늬)처럼 금이 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렵게 구한 큼지막한 자개를 붙여 무늬를 완성한 다음 일부러 망치로 두드려 쳐 깨뜨리는 '타발법(타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깨진 나전 조각이 빛의 난반사를 일으켜 더욱 영롱한 색을 만들게 하는 기법이다. 쇳덩이가 대장장이의 망치질에 더욱 견고해지듯 자개를 내리쳐 부수는 가학적 기법은 더 화려하게 빛나는 '역설적 미감'을 이뤄낸다. 세밀하고 반복적인 자개공정에서, 인생의 쓴맛이 인격을 다진다는 깨달음까지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19세기 이후 조선후기로 가면 나전칠기 향유층이 대중으로 퍼져나가면서 부귀영화을 상징하는 박쥐, 장수의 거북이와 학,천도복숭아 등 복을 비는 길상(吉祥) 문양과 목숨 수(壽), 복 복(福)자 등이 표면 장식에 자주 등장했다. 자개와 함께 나전칠기 장식에 쓰인 상어가죽 어피(漁皮)와 바다거북 등껍질인 대모(玳瑁) 등의 독특한 소재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2층 전시장에는 나전 유물이 중점적으로, 3층에는 안경집·필통·담배갑 등 남성 장신구와 화장대·좌경, 베개 양끝을 장식한 베갯모 등 다양한 목공예 유물이 전시중이다. 6월30일까지. (02)541-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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