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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도덕적 해이 ‘철퇴’

금융감독원이 키코 부실판매 은행과 국민은행에 대해 대규모 징계조치를 내린 것은 시중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금융공학’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파생상품을 만들어 중소기업이나 고객에게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거나, 손실을 떠넘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키코, 은행책임 인정=금감원은 19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ㆍ신한ㆍ하나ㆍSC제일ㆍ한국씨티ㆍ외환ㆍ산업ㆍ대구ㆍ부산 등 9개 은행과 이들 은행 임직원 72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조치를 내렸다.

시중은행들이 ▦스노볼, 피봇 등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손실이전거래(한 상품의 손익을 다른 상품에 이전시키는 방식) ▦오버헤지(실제 수출물량 이상의 환헤지 파생상품을 파는 것) 등의 과정에서 부실혐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진수 금감원 제재심의실장은 “스노볼과 피봇의 경우 모든 건에 대해 엄중하게 제재조치를 내렸다”며 “오버헤징은 미래의 수출예상액을 125%까지만 인정하는 등 정상참작을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14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키코 등 통화옵션 거래실태에 대해 정밀 조사를 했다. 지난해 9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들 은행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했지만 법정소송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고려해 심의를 연기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기업과 키코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금융기관과 헤지 목적의 반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중소기업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의 키코 판매에 대해 은행책임이 인정된 만큼 키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키코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120여건에 달한다. 150개 중소업체가 거래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부당이득금 반환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민은행, 사상 최대규모 징계=금융감독원은 이날 올해 초 실시한 국민은행 종합검사와 관련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과 임직원 88명에 대해서도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단일 회사로서는 최대규모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강 전 행장에 중징계를 통보하고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검토작업을 진행했다. 강 전 행장은 이번에 문책경고를 받아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금융권 복귀는 어렵게 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 임직원에 대한 징계가 많았던 것은 2년 3개월만에 검사를 했고 검사대상도 길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은행은 부행장과 본부장에게 전결권을 주기보다는 위원회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해 징계대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이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41%를 9,392억원에 고가 매입해 4,000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BCC은행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이사회에 보고했고, 유상증자 가격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서 스왑을 제대로 하지 못해 5.4%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9%대의 고금리를 지불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1,300억원의 금리비용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국민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관리 ▦무리한 해외부동산 투자 ▦조선사 선물환계약 등으로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손실을 야기한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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