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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국가 부도·유로존 이탈 가능성 여전

■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 극적 타결<br>2위 은행 청산 등 합의안, 기존 의회 입장과 골격 같아<br>위기 대응 능력 불신만 초래… 유로권 자본도피 위험 커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은 키프로스 정부와 유럽연합(EU)ㆍ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이 25일(현지시간)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도출한 구제금융 합의안을 이날 승인했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키프로스 사태가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이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날 BDHR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로그룹은 키프로스가 현지 2위 은행인 라이키은행을 청산해 재정을 확충하는 조건으로 국제채권단과 합의한 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키프로스는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스페인 등에 이어 유로존의 구제금융을 받는 다섯번째 국가가 된다.

키프로스와 국제채권단은 데드라인인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막판협상에서 2위 시중은행인 라이키은행의 부실자산을 '부실채권전담은행(배드뱅크)'으로 옮겨 청산절차를 밟게 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동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현지 은행 중 부실이 가장 컸던 라이키은행은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분리되며 10만유로 이상의 예금은 배드뱅크로 보내져 추후 최대 40%까지 상각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채권 역시 상각 대상에 포함해 기존 채권자들도 은행 부실에 따른 손실을 부담한다.

하지만 EU권의 예금보호 기준인 '10만유로 미만' 예금은 굿뱅크로 옮겨 전액 보호되고 추후 1위 은행은 뱅크오브키프로스에 편입된다. ECB는 이를 위해 90억유로의 긴급유동성(ELA)도 지원할 방침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라이키은행 예금의 상각으로 확충할 수 있는 자본규모는 약 42억유로 내외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이날 새벽 기자들과 만나 "EU와 키프로스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도 "이번 동의안은 키프로스 의회가 제출한 합의안과 뼈대가 같기 때문에 의회 승인 없이 즉각 시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타결로 100억유로 상당의 키프로스 구제금융은 5월 초께 현지에 당도한다.



이처럼 급한 불은 껐지만 키프로스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역시 이날 "키프로스 금융위기는 유로 각국의 정부 채무와 은행 신용평가에 부정적"이라며 "키프로스 국가부도나 유로권 이탈 위험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유로권에서 예금유출 및 자본도피를 초래할 위험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로 유로존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양측 합의안은 유로존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처음 제시했던 1ㆍ2위 은행 통폐합 및 예금과세안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키프로스 정치권과 국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유로존이 후퇴하면서 다른 위기국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키프로스 은행 예금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러시아 측 태도도 아직 불투명하다. 합의안은 유로그룹의 최초 입장과 달리 러시아 예금이 가장 집중된 1위 은행 뱅크오브키프로스 통폐합 및 청산 등을 요구하지 않아 러시아 입장에서도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

하지만 독일 등 유로존의 기본 입장은 러시아 자금이 EU 국가를 좌지우지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앞으로 충돌이 불가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필요 이상으로 확전된) 키프로스 사태는 냉전시대 이래 '오랜 이웃'인 러시아와 2004년 유로존 가입 이후 '새로운 이웃'이 된 EU 간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나타난 부산물"이라며 "이번 합의안은 키프로스의 경제재건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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